주주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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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은 풍성한 결을 갖고 있다. 그 두 사람 형태의 결이 이 공간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p.55

약해졌을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
상태가 좋을 때는 간과하고 보고 싶지 않은 자잘한 것이, 약해졌을 때는 벽에 묻은 얼룩처럼 확실하게 눈에 띤다. p.59

무언가가 처음으로 둥글둥글해진 느낌.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가능하면 이 둥글둥글함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오래. 그렇게 생각했다. p.88

다르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이런 게 사랑이지, 하고 생각했다. 다르니까 좋아하게 되는데, 달라서 닿지 않는다. p.94-95

할아버지부터 삼 대째로 이어온 스테이크 가게 '주주' 에서 태어나 그 곳의 스테이크를 먹고 자란 미쓰코에게 가게는 가족이자 분신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전 남자친구 신이치와 함께 이끌어가던 가게는 심장마비로 어머니를 잃게 되면서 미쓰코는 상실감, 그리움을 이겨내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미쓰코가 건낸 스테이크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한 남자. 미쓰코는 그 남자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너무나 일본스러운 맛있는 소설.
묵묵히 스테이크를 만드는 아버지와 신이치의 모습은 장인들의 모습을 엿본 듯 했고, 가게를 사랑하지만 영원히 가게가 지속될 수 없음을, 자신이 언제까지나 가게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미쓰코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이별이 주는 슬픔과 누군가의 걱정들은 '주주'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햄버거 스테이크가 따뜻하게 치유해준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주주에 와서 고기를 먹고 힘을 얻는 사람들처럼 <주주>를 읽고 그 곳의 스테이크를 먹은 것처럼 맛있는 위로를 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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