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기의 여행 - 대책 없이 느긋하고 홀가분하게
송은정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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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에게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간신히 얻어낸 휴가와 일 년 짜리 적금, 티끌 같은 체력일 테다. 낯선 도시에서 이 세가지를 아낌없이 쓰는 동안 우리에게 어떤 행운이 찾아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p.6-7

속도를 내기 위해 근력을 키우듯 속도를 늦추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p.52

어제와 같은 길을 걷는 오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어제의 나는 몰랐던 사실을 오늘의 내가 깨달았다면 그래서 일상의 시야가 한 뼘쯤 더 넓어졌다면 그것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p.228

읽는 동안 "여행은 무조건 계획대로!"를 강조했던 초기의 나의 여행과 여유로운 하루를 즐기는 지금의 여행이 오버랩되었다.

예전의 나의 여행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인증샷은 필수였고, 계획한 곳은 한 곳이라도 놓치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유명하면 꼭 먹어야 했고, 다음날을 위한 컨디션 조절은 생각하지도 않고 시간과 체력이 남았다면 무조건 한 곳이라도 더 갔어야 했다.
결국 체력이 견뎌내지 못하고 점점 원하는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원치않게 하나씩 덜어내는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쉬워하며 하나씩 빼나가는 여행은 오히려 만족감을 주기 시작했다.

들고 다니는 짐을 줄이기 위해 카메라를 포기하면서 사진보다 내 눈에 담는 풍경들이 많아졌고, 아무런 정보없이 들어간 현지 식당에서의 식사는 너무 만족스러웠으며, 빼곡했던 스케줄을 버리고 원하는 곳 한 두군데만 가면서 이 책의 소제목과 같이 '대책 없이 느긋하고 홀가분한' 빼기의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김중혁 작가님께서 "로마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길을 잃어버리는 것." 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정확하게는 로마 관광청 직원이 작가님께 한 말.) 계획대로 맞아 떨어지는 여행에는 없는 '의외성'이 여행을 즐겁게 하고 오랜 시간 추억할 수 있게 한다.

계획대로 완벽한 여행만을 즐겼다면 그 계획들을 포기하고 빼기의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여행에서의 '빼기'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의 '더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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