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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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참 단순한 일인데도 우리는 할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불행 아닐까요! 달을 따달라는 게 아니고요, 그냥 내가 원하는 사람과 살고 싶은 거라고요! p.50

해방, 그 시작은 의식하는 것이라고 모나가 말해 주었다. 만일 내가 만난 여성들이 자신들이 처한 열등한 처지를 인식조차 못 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p.54

만일 누군가 나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꼬투리를 잡아 나를 감옥에 넣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풍습과 문화가 우리를 불법 속으로 밀어넣고 있어요. 바로 그 때문에 투쟁을 끝까지 해낼 수가 없어요. 우리도 무서우니까요. p.86

계몽으로 향하는 길은 특정 종교나 특정 사람의 전유물일 수 없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지평이 되어야 한다. p.104

남들이 어떻게 살든 나는 신경 안 써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남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p.208

이슬람교라고 하면 히잡, 차도르, 코란, 명예살인 정도의 단어가 떠오른다. 사실 이슬람 문화권을 자세히 알고 있지도 않았고 그나마 명예살인도 '난민' 관련 책을 읽고 알게되었다. 그만큼 그들의 삶에 나는 무지했다.

모로코를 검색하면 종교가 이슬람교 99%, 기독교 1% 로 나온다. 1% 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슬람교를 믿는 모로코의 삶은?

영화를 보다 웃으며 '저 남자애가 저 여자애를 사랑하는구나!' 라는 말을 하자마자 교육을 잘못 받았다며 딸의 뺨을 때리는 아버지.

결혼은 어리고 처녀성을 간직한 여자애와 하고 싶다면서 규칙적으로 매춘부를 만나러 다니고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남자. 그리고 "이건 내 권리야. 나에겐 섹스할 권리와 처녀와 결혼할 권리가 있어." 라고 당당히 말하는 남자.

강간당한 여자는 온 동네에 창녀로 낙인 찍히고 강간당한 자신의 딸을 강간범과 결혼시키는 부모들. (강간한 남자가 여자와 결혼하면 처벌받지 않는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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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울컥하고 손이 덜덜 떨렸다.
모로코의 여자들에게 자신만의 삶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그대로 자신의 딸에게 전해진다.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다룬 <그녀, 아델>을 쓴 레일라 슬리마니는 자신의 고향인 모로코의 열악한 여성 인권을 주제로 여성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이 책을 썼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은 과거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잘못되었다고 소리내고 싸워서 얻은 결과다. 그 작은 목소리와 변화들이 모여 회사가기 싫다고 투덜대는 평범한 일상을 얻었다.
모로코 여인들의 새로운 삶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레일라 슬리마리와 그녀를 찾아온 여인들.
그녀들의 목소리가 비록 작게 느껴지더라도 그 울림은 지구 반대편 나에게 와 닿았다. 작고 미미한 1% 라고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작은 움직임으로 미래의 모로코 여인들도 나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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