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 2009-2018
신수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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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어려운 것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고립감이었다. 철저한 무관심은 거액의 보상금을 노리는 짓거리라는 오해나 동료들의 배반보다 예리한 칼날이 되어 가슴을 후볐다. p.17

이왕이면 팔을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직 저는 제 손바닥만 한 이야기밖에 쓰지 못하니까요. p.153

세상은 어느 순간 그들 곁에서 말없이 사라져버린 우리를 기억할까. 숲속에 있는 우리의 존재를 상상이나 할까. 우리는 마치 이 세상 속에 숨겨진 세계에 사는 사람들처럼 이 세상의 뒤편에 숨어있다. p.263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한겨레출판의 <손바닥 문학상>. 2009년부터 2018년 까지
10편의 대상과 4편의 가작. 14편의 작품들이 담겨있는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손바닥 문학상의 존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귀여운 이름과 귀여운 표지,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라는 소개글에 평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첫 작품부터 크게 빗나갔다.

읽으면 읽을수록 먹먹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들. 한 편을 읽고 다음 작품을 읽으면서 차곡차곡 무거움이 쌓여만갔다. 내가 생각했던 평범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나는 막연히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나와 다르다고 평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지만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응원하며 읽었다. 이슬아 작가님은 아직 손바닥만한 이야기밖에 쓰지 못한다고 작품 속에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될 평범한 사람들의 손바닥만 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작고 큰 손바닥이 모여 손바닥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그 날이 오기를.

책을 다 읽고 띠지를 다시 책에 끼우는데 띠지에 쓰인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한 줄이 이 한 권을 읽은 후 나의 마음과 같았다.

"마음을 번거롭게 만드는 이 이야기들이 원망스럽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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