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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서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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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득 지음, 『할머니 집에서』를 읽고

 

 학창시절의 일이 떠오릅니다. 방학이 다가올 무렵의 불볕 여름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솥에서 막 쪄낸 타박감자가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날 반겨주었답니다.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면서 찐 감자를 먹던 기억이 되살아 났습니다. 솔이의 ‘자주감자’는 아니었지만...

 

 보림 어린이 문고 1단계(초등 1. 2학년 권장)용으로 나온 이영득 님의 창작동화집 『할머니 집에서』를 읽다보면, 독자도 초등 학생이 되어 올망졸망한 감자알 같은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연작 동화 형식으로 <내 감자가 생겼어요>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 <말 잘 듣는 호박> <꼬꼬꼬, 닭이 아파요> 4편이 실려 있습니다.


 솔이네 가족은 토요일이면 시골 할머니 집에 가서 일도 거들어 드리면서 지내곤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겪은 일들을 솔이가 독자들에게 다정스레 이야기 해주고 있답니다.
  할미와 솔이가 나누는 구수한 사투리를 읽다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웃음만 나오는게 아닙니다.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에서, 상구가 주던 ‘풋내 나고 떫’은 망개를  와삭와삭 씹어 먹다가 ‘풋내 나고 떫어서 뱉어 버렸던’ 일로 속이 상했던 솔이가 할미에게 상구를 “촌뜨기”라고 했을 때, 할머니는 솔이에게 “촌뜨기라 카지 마라. 촌에서 맡은 땅 냄새는 두고두고 힘이 되제.” (25쪽)라고 말해줍니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할머니의 귀한 말씀이 아닐수 없습니다. 빨간 밑줄을 긋고 가슴 속에 새겨 둘 만한 구절입니다. 두고두고 힘이 되어 줄 ‘촌에서 맡은 땅 냄새’가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말 잘 듣는 호박>에서는, 암꽃을 피워 자손(호박)을 퍼뜨릴 생각을 하지 않고 수꽃만 줄줄이 피우는 얄미운  호박덩굴에게 할머니가 새끼줄로  때리는 시늉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소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할머니의 행동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호박을 가꾸는 할미의 모습에서 솔이는 지혜와 재치를 배웠을 겁니다.
 ‘할미가 가꾸는 것들은 할미말 다 알아 듣는’ 참 신기한 일들이 솔이를 신나게 했습니다. 덩달아 솔이도 기뻐서 주문을 외우게 됩니다. 마법의 소녀 솔이가 외우는 재미있는 주문을 들어볼까요?

 

콩밭에 대고,  “콩콩 많이 달려!”
옥수수한테는 “옥수수야, 알 꽉꽉 차야 돼!”
참깨 밭에 대고는, “열려라, 참깨!”
엄마한테도, “에이! 호박 같은 엄마, 호박 같은 동생이라도 하나 낳아주지.”

 

<꼬꼬꼬, 닭이 아파요>에서는, 설사병이 걸려 물똥을 누며, 몰랑몰랑한 달걀을 낳는 상구네 닭을 ‘진분홍 조그마한 꽃’인 ‘이질풀’로 고치는 지혜를 할머니께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들꽃전문가이기도 한 작가의 면모를 살짝 엿볼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솔이에게, 병이 나은 닭이 금방 낳은 ‘따듯한 달걀’을 쥐어 주던 상구.
 
 ‘할머니 집’은 그야말로 ‘따듯한 달걀’ 같은 사랑과 정이 있는 신기하고 소중한 터전일 것입니다.

 

 참, 『할머니 집에서』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는 그림이 한몫 단단히 하였습니다. 앙징스러울만큼 등장인물들을 잘 살려내고 있어서 동화의 맛을 한층 더 좋게 해주었답니다.
 ‘을매나’ 재미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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