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 보림 창작 그림책
이영득 글, 차정인 그림 / 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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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이영득 지음 

 

 

햐! 오리 할머니가 들려주는




첫 장을 펼치면, 산벚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산기슭에 지붕만 보이는 작은집이 한 채 보인다. 그 집은 산에 가는 사람들에게 김밥이며 삶은 오리알을 파는 할머니가 산다. 옛날이야기가 할머니로부터 나오듯이, 그림책 이야기도 오리 할머니로부터 펼쳐진다. 벚꽃들이 봄바람에 하르르르 꽃비로 휘날리는 참 좋은 날이다. 꽃비에 흠씬 젖는 건 옷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이다. ‘산벚나무집’ 할머니는 초등생 손자들만큼이나 키가 작달막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신다. 그래서 할머니네 가게 삶은 오리알은 손님들에게 인기 짱이다. 그 비결은 그림책을 보면 안다. 오리알 껍질에 노란 병아리 그림을 그려서 팔기 때문이다. ‘오리알에 병아리를 그려 넣은 할머니의 아이디어가 참 재미있다. 그렇다고 해서, 행여 오리알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삐약”거리며 태어날 염려는 없다. 삶았기 때문이다.




오리알 할머니는 돋보기안경을 끼고, 삶은 오리알 껍데기에 병아리를 소쿠리쯤 만드셨다. 알마다 금세라도 병아리들이 달려 나올 듯 환한 그림이다. 그러고서는 할머니께서 곁에 있는 텃밭으로 일하러 나가셨다.




봄날의 평화스런 풍경 속에서, 아기 여우의 등장은 무언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아기’들이란 사람이나 동물 할 것 없이 ‘호기심’이 많은 법이다. 아기 여우도 재주 구르기에 관심이 있었나보다. 작가는 재주 부리는 아기 여우를 ‘공구르릅 데구르릅’이라는 멋진 표현을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보여준다. 공구르릅데구르릅이라는 말이 입 속에서 사탕처럼 굴려보라. 참 말맛이 달콤하다.




구른다는 건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구르며 재주 부리는 일에 신이 난 아기 여우는 때마침 불어 온 꽃바람에 밀려, 오리 할머니네 가게 근처까지 굴러 내려온다. 




그런데 식탁에 놓인 할머니네 바구니를 보고 아기 여우는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지고 놀란다. 아무리 재주를 잘 넘는 아기 여우도 할머니의 그림 솜씨가 새겨져 있는 <병아리 오리알>을 보고 안 놀랠 수 없었을 거다. 봄 졸음에 꾸벅꾸벅 졸던 할머니집 강아지가 기척에 놀라, 눈을 번쩍 떠 보니, 아기 여우가 보였다.




오리알을 지키던 강아지가 아기 여우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왈왈 월월’ 짖어대자, 아기 여우는 놀라서, 재주를 세 번 넘었어. 그랬더니 뭐로 변했을까? 그래, 오리알로 변신해서 바구니 속에 얌전히 들어 있는 거야. 오리알로 변한 아기 여우가 시치미를 떼고 있을 때, 강아지는 밭일에 열중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종알종알 일러바치지만, 할머니가 어찌 알겠누. 영문을 모를 수밖에. 그래도 강아지가 왈왈 거려서 보니, 바구니에는 하얀 오리알 하나가 있는 거지 뭐니.




할머니는 고개를 갸유뚱 거리다가 그림붓을 들어 병아리를 그리려고 하셨지. 그 순간, 오리알이 말을 하였어. 글쎄, 아기 여우를 그려달라고 하였지. 할머니는 오리알이 말을 하니,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봐. 그래서 병아리 대신에 아기 여우를 멋지게 그려 주었지. 오리알이 된 아기 여우는 자기를 닮은 귀여운 아기 여우 그림에 기분이 아주 좋았을 거야.

할머니가 작업을 마치고 났을 때, 이웃에 사는 영감님이 오셨지. ‘아기 여우가 그려진 오리알’을 보더니, 신기해서 집어드는 순간, 할머니가 그 알은 안 된다며, 되돌려 받으려는 순간, 어떻게 됐는지 아니?




영감님도 주고 있던 오리알을 놓쳤어. 큰일이 난거야! 아기 여우가 그려진 오리알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곁에 있던 개울가에 빠질 줄 알았는데, 징검다리를 통, 통 건너서 건너편으로 건너가 버렸어. 영감님도 할머니도 깜짝 놀랐을 거야. 아기 여우인 줄 모르니까 말이야.

강아지만 졸래쫄래 다라 내려가다가, 사라지는 걸 쳐다봤을 뿐이지.




그림책 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하지만, 이야기는 끝이 나도 그림책은 우리들 가슴 속에 계속 펼쳐지고 있어. 할머니 모습이며, 아기 여우며, 강아지며, 병아리가 그려진 오리알들이며, 놀란 영감님까지....그리고 바람에 꽃비 날리는 산벚나무들까지도.




혹시, 어디 산행 가다가, 오리 할머니가 삶은 오리알에 그림을 그려 팔거든, 아기 여우가 그려져 있는 오리알이 있는지 잘 살펴 봐. 그런 오리알이 보이면, 아기 여우에게 먼저 말을 걸어 봐. 반갑게 아는 체 할지도 몰라. “친구야, 반가워!”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여우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에서 할머니와 아기 여우는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았어도, 그림책을 본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오래도록 간직하게 해줄거라고 난 믿어.




그림책은 그림이 먼저일 수도 있고, 글이 먼저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림책을 만든 작가와 화가의 마음을 통해, 아이들은 숨을 쉬듯, 엄마와 그림책을 함께 보고 들으면서, 아름다운 환상 속에서 아이의 심성을 밝고 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몫일 것이다.




이영득 동화 작가의 리듬이 담긴 군더더기 없는 한편의 장편 동시 같은 글도 아름답고, 그 들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담아 낸 화가의 솜씨도 참 훌륭하다.




이 그림책은 산벚꽃 활작 피는 봄에 읽으면 잘 어울리겠지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읽어주어도, 아이들에게 따스한 봄날의 꿈과 사랑을 구수하게 전해 줄 것이다.







『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엄마 품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다 보고나면, <피파의 노래>라는 시가 절로 떠오른다.







계절은 봄이고

하루 중 아침

아침 일곱 시

진주 같은 이슬 언덕 따라 맺히고

종달새는 창공을 난다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에

하느님은 하늘에

이 세상 모든 것이 평화롭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피파의 노래 >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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