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도감
이영득 지음 / 황소걸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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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영득 작가의 나무 이야기 도감은 수면제?

 

책만 보면 잠이 온다? 책은 좋은 수면제(睡眠劑). 나무로 만들었으니, 책이 수면제(樹眠劑)인가? 나무의 잠?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

이영득 작가의 책 나무 이야기 도감은 재미 쏠쏠한 놀거리가 많아 수면제라기보다 불면유발제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거짓말이 아니다. 감히 말하건대, ‘재미없으면 환불 해드립니다.’라고  말해도 될만한 책이다.

 

7월 중순 무렵이었다. 부산 금정산 아래 금강공원에서 모임을 한 적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일행이 낯선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숲 해설가 두 분이었다. 두 분 다이영득 작가에게 숲 생태 강연을 들었다고 해서 반가웠다.

 

이영득 작가(동화작가이며 생태 작가)의 나무 이야기 도감』은 자연을 담은 책이기에 꽤나 묵직하다. 책이 무거운 만큼 내용도 무거울까? 아니다! 가비얍다. 생태 전도사 특유의 여유가 느껴진다.

 

출판사의 자연 이야기시리즈 중 첫 번째로 선보이는 이 책은, 하고 많은 나무 가운데 왜 멋없는 나무를 심었지?’라며 <머리말>부터 화두(話頭)를 던진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구실잣밤나무 길에 던진 불만의 태클. 그런데 겉보기에는 멋없는 구실잣밤나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열매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지녔다고 말해준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구실잣 밤나무를 내 나무로 가슴 속에 찜하였다니, 모르면 불만을 터뜨릴 수 있지만 알고 나면 자랑이 될 수 있나 보다.

 

이영득 작가의 신간 나무 이야기 도감나무랑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기에 독자마다 내 나무로 삼아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작가는 보기 드문 깊은 산 속의 나무보다 환경이 열악하여 애틋한 우리 이웃으로 사는 나무들에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친다. 행복은 곁에 있는 내 나무에 있다고 독자에게 살짝 귀뜸해 준다.

책을 펼치면 빽빽한 활자 숲을 이루는 목차의 재미있는 나무 이름과 특징 담은 별칭이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본격적인 책 소개에 앞서, 나무 이름 맞히기 퀴즈 하나 내면서 시작해본다.

( 나무) _’88서울 올림픽 상징 나무라는 별명을 지닌 나무 이름은 뭘까?

이처럼 나무 이야기 도감은 그냥 읽어도 술술 읽히지만, 읽으면서 나무마다 지닌 개성을 바탕으로 퀴즈놀이를 한다면 더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무심했던 나무들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거침없이 나온다.

 

243쪽의 산사나무 이야기에서 아가위나무=중국음식 탕후루 원조격이라는 이상한 등식 성립은 알송달송한 긍정을 하게 한다.

감나무는 왜 감나무라 했을까요?’ 라고 누가 묻는다면, 달아서 감()나무며 단맛은 맛의 중심이라는 뜻을 지녔으며, 감나무 족보에 나타난 별명들로 시자수, 돌감나무, 산감, 똘감, 시수, 유시자, 감낭이 있다고 친절히 말해준다. 이처럼 곶감을 빼먹듯 작가의 구수한 입담을 따라가다 보면 쏠쏠한 재미가 있다.

비단으로 수놓은 꽃은 무슨 나무일까? 힌트는 흙성분에 따라 꽃 빛깔이 달라지는 품종이니, 아하 수국!

마가목 유래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바로 나무 이름에서 말 어금니유래를 알게 되니 더 친근한 느낌이다. 앞으로 마가목을 만나면 아는 체 해 주어야겠다. 이밖에도 갈중이(275), 갈적삼 이야기. ‘힙합이 아닌 팽밥운동. 유다나무와 박태기 나무의 관계며, 다산 정약용의 한시(漢詩)에 나온 멀구슬나무. 그야말로 나무 이야기 도감은 퀴즈, 퀴즈, 퀴즈로 가득찬 책숲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건 사람들이나 곤충도 마찬가지이다. ‘나뭇가지에 개미들이 몰려 있는 이유꿀 먹는 재미덕분. 그런데, ‘꽃밖꿀샘은 무엇일까? 궁금하면 책을 읽어 보시라. 나무 중에 열매와 꽃이 만나는 나무다시 말해 조상과 후손이 만나는 나무는 무슨 나무며, 다반사라는 말은 차나무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등등. 교양을 양념(부록)처럼 넣어서 읽는 맛을 더해준다. 덤으로 전국 학교의 교목이 어떤 나무인지 알려준다.

 

이영득 작가의 나무 이야기 도감은 사시사철 발품 흔적이 알알이 땀방울로 맺혀있다. 나무마다 풍부한 문헌 정보를 인용(<동언고략>, <동의보감>, 조선왕조실록>,<본초강목> )하고, 계절별 변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한 곳에 모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놓았다. 식물성적 작가의 천성으로 추측해보건대, 전생(前生)이 있다면 아나 꽃나무가 아니었을까?

 

자연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는 풀꽃지기라는 사랑스런 별명을 지닌 작가답게, 그가 만든 책역시, 독자들이 자세히 보고 오래 볼 수 있게 해준다. 어느 독자 분은 이영득 작가의 책을 산이나 들에 갈 때 하도 많이 펼쳐보아서 너덜너덜해졌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영득 작가의 책 덕분에 그분도 마침내 풀꽃 도사가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 굳이 이런저런 말로 떠들지 않아도 이영득 작가의 나무 이야기 도감은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다.

가슴 속 내 나무를 만날 수 있는 참 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사람의 이야기다. 나무 이야기 도감.

 

나무 이야기 도감(이영득 지음 / 황소걸음 / 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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