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
정교영 지음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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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라는 것은 당신을 불편하게는 만들지만 당신을 해치거나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여전히 내게서 몰아내려고 하지 말자. 안간힘을 쓰고 싸우려고 하지도 말자. - 25p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의 저자는 아주대 심리학과 겸임교수로서 대학에서 성격심리학 강의를 하며 느낀 점들과 자신의 경험, 내담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집필했다고 한다. 외향성이 환영받는 세상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의 고충과 아픔을 이해하고 다독이며 치유하고자 집필했다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내게 쏟아지는 활자들 가운데에, 쉼표 앞에 있는 글자처럼 내게 휴식을 준 책이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는 '내향적'인 특성에 대해서 좀 더 차분하고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요즘엔 '예민하네'라는 표현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난 결코 예민한 내가 싫지 않다. 남들보다 예민한 성격인 덕분에 촉이 발달하여 여러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행운'처럼 벗어난 적이 꽤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번 그렇게 살기에 '왜 저렇게 피곤하게 살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만의 생각일 뿐이다. 결국,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예민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결코 이 삶을 무조건 '피곤한 삶'이라고만 정의할 수 없다.

'내향적'이란 키워드 안에 얼마나 다양한 내향적인 사람들이 있는지, 그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 이 책은 서슴없이 설명해 준다. 인싸와 아싸만으로 판단하며, 아싸라 지칭되는 외향적인 성격을 무조건 고쳐야만 하는 문제라고 치부하는 걸 꼬집기도 한다. 아래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가 소개하는 4가지 유형의 내향인이다.

1. 사회적 내향인: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수줍음, 사회적인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끄러운 공간이나 상황을 싫어하고 집에서 조용하게 보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략) 평소 내향적이면서도 무대에 올라서서 공연을 하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과 발표를 할 때는 크게 긴장하거나 떨지 않고 능숙하게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2, 사색적 내향인: 사람들과의 소통을 싫어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창의력을 펼치는 걸 더 즐긴다. 이들 역시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중략) 비록 직업인으로서의 예술가는 아니지만 시를 쓰고 자작곡을 연주하고 꾸준히 일기를 쓰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 모두 사색적 내향인이라 이해해도 좋다.

3. 불안한 내향인: 내향인들에 대한 오해가 바로 불안한 내향인들을 보며 생겨난 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낯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느끼는 어색함과 자의식, 즉 사람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피하는 유형을 말한다. 대인관계로 인한 상처와 스트레스가 많아 사회생활이 힘들고, 스스로 소외시키고 고립을 선택하다 보니 마음의 고통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4. 억제된 내향인: 사회생활을 그다지 피하지는 않지만, 움직이는 속도가 다소 느린 경향이 있다. 즉각적인 리액션을 바라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유부단하고 답답하단 오해를 받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안해서가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완벽주의란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하는 완전한 방법이며, 온전한 성취감을 절대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113p

난 내가 얼마나 예민하고 완벽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불완전한 사람임을 잘 안다. 고치고 싶어도 만성두통처럼 끈덕지게 내게 들러붙어, 결국 나 자신을 향해 죄책감을 메달처럼 쌓아놔야만이 직성이 풀린다. 특히 요즘처럼 바쁠 때에는 가혹하리만큼 완벽주의를 꿈꾸곤 하는데, 가혹하다는 표현을 쓸 만큼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기학대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왜냐면, 그렇게 열심히 해도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가 힘들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걱정에 허덕이며 이 서평을 적고 있다. 사실, 세상에 내 글을 써서 내놓을 때마다 이런 걱정에 허덕이고 있다. 10년 전, 내가 처음 적은 소설을 읽은 지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넌 네 글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거야.' 컴퓨터 어딘가에 처박아두고 짝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꺼내보는 마음으로 홀로 읽기만 반복. 그래, 그 당시의 난 내 글에게 죄를 짓고 있었다. 마치, 예쁜 조화를 사두고 '이건 생화야'라고 주문하듯, 나 홀로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 조화를 세상에 내놓게 되면, 생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들킬까 봐. 그게 무서워서 죄지은 사람처럼 글을 적었고, 증거 인멸하는 범죄자처럼 내 글을 숨겼었다. 이렇게나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주, 추석, 9월, 10월, 2021년도 전체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걱정을 떠안은 채 벌벌대는 내 모습은, 요즘 시대에 걸맞은 '쿨'한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그 '쿨'하지 못한 내 모습이 진정한 나라는 걸 이제는 잘 안다. 사실, 자기혐오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결국 나 자신이 제일 멋진 사람이길 바란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이다. 어려운 것도 단번에, 단기간에 척척해내고, 좋은 관심을 받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내 걱정의 원산지는 어쩌면 관심받고 싶고, 좀 더 나은 모습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난 단순한 감정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안고 사는 이 걱정을 너무 미워만 하지 말자.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하자. 원래 인간은 다 불안정한 존재이며, 완벽할 수가 없는 존재이다. 부족하지만, 낯에 철을 깔고 서평을 올리는 나처럼 말이다.


소심한 것이 아니라 세심한 것이다. 답답한 것이 아니라 신중한 것이다. 느린 것이 아니라 꼼꼼한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제니퍼 칸 와일러, <현명한 리더는 작은 소리로 말한다> - 59p

우정에 관한 한 외향인은 다양한 음식이 차려진 뷔페를 원한다면 내향인은 셰프의 비법이 담긴 특별식을 원한다.

젠 그렌맨, <세상의 잡담에 적당히 참여하는 방법> - 74p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것입니다.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합니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집니다. '나 자신과 대화인 성찰'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지는 심리학적 구조가 같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외로움의 역설입니다. - 146p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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