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월간뼛속까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그 깊은 속내를털어놓기까지의 길과 시간을 생략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편지를 썼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명해야 할 것도, 감각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지만 고통의 시발점이 같은 사람끼리는 그 긴 과정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으니까요.
우연히 기차에서 서로 마주앉은 사람, 우연히 같은나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 우연히 비슷한 직업을 가졌으며 우연히 비슷한 삶을 살고 있던 사람. 랑님은 제게 그런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저는 이제껏 저 스스로한테도 편지를 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제 이야기를 아주 양껏 풀어놓았지요.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며 약간은 음흉하게, 알 수 없는미소를 지으면서 편지를 쓰는 상상만 해도 저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마주보고 쓸까요? 하고 싶은 말이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2021년 5월 19일슬릭 드림
좋아하는 슬릭에게 손편지를 써서 보내볼까 합니다. 손편지는 키보드로 치는 편지와 달리 또 새로운 피로감이 있겠지만, 그래도 쓰고 싶습니다.
살아서, 편지를 쓰고, 만나서 전해주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