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까먹는 수준의 기억력이지만 2015년 9월 19일 그날만큼은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들어섰음을 직감했다. 그건 마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처음 경험할 때와 비슷했다. 갑자기 진공상태가 되어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걷는 속도의 잔잔한 일상이 일순간에 빠르게 휘몰아치는 속도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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