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신경숙, 공지영, 김훈과의 문학캠프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의 블로그에서 지난번 YES24주최로 열렸던 지리산 문학캠프의 장면들을 옮겨온다. 신경숙, 김훈, 공지영 세 작가가 초대작가로 참석하여 작품 낭송과 함께 독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아래 내용은 장기자가 전부 타이핑한 것이며(그러니까 신문기사로 정리되기 이전의 날 자료이다), 중간에 오타가 난 한 문장은 건너뛰었다.

먼저, 문학캠프의 소개: "한국의 대표작가 신경숙, 공지영, 김훈과 만나는 지리산 문학캠프가 2006년 8월 24일에서 26일까지 지리산에서 있었다. 지리산 문학캠프는 YES24가 주최한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 노벨문학상 후보를 추천하세요’의 후속 행사로,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차세대 노벨문학상 후보’ 1위로 뽑힌 김훈(1회), 공지영(2회), 신경숙(3회)과 독자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모임 제목 :제 3회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YES24 지리산 문학캠프
장소, 때 : 8월 24일 목요일 저녁 8시 전남 구례 지리산 송원리조트

사회 허순용 YES24 팀장 " 문학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축제처럼 편안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오늘은 신경숙 선생 모셨다. "

신경숙 (인사말) "오면서 오랜만에 무지개를 봤다. 쌍무지개였다. 사진기가 없어서 못 찍고 눈에 담았다. 내려오면서 가끔 가끔 차창 밖을 내다보니까, 정말 오랜만에 나왔는데, 비 오는 산하를 쳐다보니까 참 좋았다.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그 현재의 순간을 기쁘게 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동안을 충만하게 보냈으면 한다."″

 

 

 



신경숙 자선작품 <종소리>(문학동네, 2003) 낭독 시간

"종소리를 선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시간에 낸 책이기 때문.(웃음) 기차 타고 내려오면서 낭독 연습했다. "(나즈막하지만 소구력 있는 목소리. 약간 탁성의 슬픈 정조가 배어있는.)

"지루한 것을 견뎌야 하는 때가 있는 것이 그 연습이라 생각하고 들어달라.  종소리를 쓸 때 2000년대가 시작될 때였다. 옆에 자리한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거나 안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이 소통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안 해야 말이 늘어나면서 나중엔 아무 말도 안 하게 되는 사이가 된다. 서로 조금 상처가 되더라도, 내 치부가 드러나더라도 서로 말을 하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막한 집에 새가 날아와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것이 이 소설을 관통한다. 마음을 닫아버린 소통되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 자유로운 새가 날아온다. 남편이 병에 걸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된다.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지점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낭독 중간에 신씨 눈시울이 붉어짐) "중간에 목이 메었다."

어느 독자로부터 제목이 총소리가 아니고 왜 종소리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산문적이지 못한 대답인데 마음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무엇을 깨고 나오면서 점점 커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종소리라고 했다...

"몇 년 전에 유영철 사건 있었는데, 뉴스를 접할 때 내상을 입었다. 신문에서 그 사건에 대해 세세히 보도했는데, 그것을 읽을 때 정말 마음이 다쳤다. 감당할 수 없는 일로 계속 다치고 그러는데, 정말 심각하게 타격이 오더라. 과연 인간이 무얼까,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때 피해를 당한 가족이 떠돌아다니면서 과연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반대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소설적 치료를 했다. 내가 살아야 하겠기에. 그것으로부터 다친 내 마음을 치유해야 하겠기에. 아직 발표는 하지 않았다. ″

창닫기

독자와의 질문 응답 시간

-소재 발굴 어디서 하나?

"우리 주변에서 정말 소설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어떤 큰 일이라도 내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으면 소설이 되지 않으나, 어느날 찻집에서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소설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종소리는 어느 샐러리맨이 한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새로 옮긴 회사를 가지 않고, 옛 회사를 자꾸 간다는 이야기. 그것의 외연을 확장했다. 여기서 새는 인간을 굽어보는 시선의 상징. 문학은 금지된 것, 말하면 안되는 것들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숨통을 틔어줄 수 있다고 봤다."

-작가를 존경하는 독자다. 캠프가 어떤 의미가 있나?

"(한참 망설이다가) 혹시 제가 오버하는 지 몰라서 검열을 해봤는데 …참 행복하다. 제가 소설을 읽을 때 잠깐 멈추니 너무 집중해서 들어주시니 너무 좋다. 얼굴에 열이 오를 정도로...독자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을 자꾸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놀랐다.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들으실까. 열심히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사랑에 대해 주로 다루는데,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결혼은 하셨는지?

"사랑. 내가 이런 사람이로구나 깊이 알게 되는 것은 사랑을 할때라고 생각.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내 마음 속의 가장 어두운 존재에 다녀가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 그리움이 없는 상태에 자신을 두지 않기 바란다. 결혼은 했다."

-직함이 작가신데, 작가로서의 꿈과 개인 신경숙의 꿈은?

"저는 직함이 작가라고는...고맙다. 좀 낯선 말 같아서.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별다른 ..굉장히 대답을 잘해야 하겠는데...책을 읽으면서 자랐고,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외경심 때문에 꿈이 작가가 됐던 듯 싶다. 꿈을 다 이루고 살 수는 없지만, 나는 지금도 과정에 있고,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드느냐면 늘 미래에 있다고 대답. 작가로서의 꿈은 내 소설을 읽을 때 가능한 한 좋은 쪽으로, 삶을 읽어내는 쪽으로 마음이 흔들리기를 바란다. 개인적인 내 꿈은 좋은 작품을 쓰는 것. 시시한 대답이네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게으름 때문에 안 하지 말고,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작가이기 때문에 인생에 플러스, 마이너스가 된 것은? 글을 쓸 때 독자들이 이해해줄 것인지에 대해 불안하지 않으신지?

"글을 쓸 때는 쓰는 일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 때는 읽어줄 사람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할 때가 막 서른이 넘어갈 때였는데, 처음으로 독자에 대해 생각해봤다. 스물아홉때, 이렇게 서른이 돼도 되나, 하는 생각에 직장 일도 멈추고 열심히 글을 쓰고 나면 서른 이후의 삶에 당당해질 수 있을듯 싶었다. 1년동안 단편 8개를 썼다. 책이 처음으로 묶여 나왔다. 독자들과 그렇게 열렬히 만날 줄은 몰랐다. 글을 실컷 썼으니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겠다 생각. 1주일 후에 재판, 2주 후에도 많이 읽어줘서... 내가 다시 직장으로 가지 않게 됐다. 다음 책을 쓸 수 있게 하는 시간을 벌고, 갖고 싶었던 책상을 갖게 됐다. 대답을 이렇게 밖에 못했다. 질문도 좀 야릇했던 것 알죠?"

-소설은 언제 쓰는지? 글쓰기 습관? 방해되는 것?

"쓰려고 하는 시간이 길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그냥 밤낮없이 쓴다. 끝을 낼 때까지 쓴다. 작품을 쓰는 동안 인간 관계가 단절된다. 작품을 쓰려는 분은 일단 시작했으면 완성을 시키는 습관이 좋다. 자꾸 중단하면 안 된다. 자꾸만 써보면, 어느 순간 소설이 된다. 그렇게 되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좋은 작품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글 쓸 때 습관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온갖 청소를 다 한다. 주변이 깨끗해야. 그런 상태서 시작해서 끝이 나고보면 난리다. 작품을 쓰는 동안엔 틈만 나면 손을 씻는다. 머리는 절대 안 감으면서... 방해되는 것은 저 자신이다. 어떤 뭔가를 자제하지 못할 때가 있다."

-고2, 고3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깊은 슬픔을 읽고 진로 결정 영향 받았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어머니, 고향은 어떤 의미인가?

"문학이 어머니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어머니 역할을 문학이 해야. 내 소설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편안하거나 행복한 존재가 아니다. 어머니라는 존재에게도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숙한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가?

"제 작품을 쓰고 있지 않을 때 항상 다른 작품을 읽는다. 늘 책과 함께 한다. 한 계절엔 미술책만, 또 한 계절은 음악책을 읽으면 책을 고르는 눈이 생긴다. 가끔 고전을 뒤적여보는데, 악령, 이방인도 그렇고요. 감정이 느슨해졌다고 생각하면 안 읽히는 책을 읽는다.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림책도 많이 뒤적여본다. 시집도 보고요. 한 작가의 작품만 찾아보면 그의 세계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청준, 조세희, 최인훈의 작품을 다 찾아본 경험."

-연재 작품 소개, 다음 작품은?

"1800년도 말쯤에 고종 시대에 살았던 여자 리진에 관해 쓰고 있다. 그 기간을 알려고 열심히 책을 읽었다. 책 읽기는 영상물을 접하는 것과 다르다.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다 흘러간다. 책 한 페이지 이해하지 못하면 뒷장 넘기기 힘들다. 책을 다 읽었다면 책 한 페이지마다 독자가 다 개입한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 눈으로 보면서 한 줄 한 줄 다 해석한 것. 리진,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근대 여명기를 배경으로 절대로 잊지못할 사람을 만들고 싶었다. 100년도 전에 살았던 여자에게 베를리오즈를 듣게 하고, 카메라에 서게 하면서 문득 이 사람이 나보다 먼저 세익스피어를 접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즐거웠다. 나는 그 사람이 참 좋다. 연재할 때는 제목이 '푸른 눈물'인데 단행본으로 할 때는 다른 것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최근 2, 3년간 개인사 때문에 글 쓰는 시간이 줄었다. 현대문학과 일본 쓰바루라는 잡지에 일본 쓰시마 유코라는 작가와 연재하고 있는데, 그 책이 완성되고, 리진도... 장편 2개 계획. 어머니 이야기, 어느날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 사람 이야기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할 줄은 몰랐다."

- 술버릇은?

"술은 잘 마시진 못하지만 왠만큼 마신다. 술을 마시면 옛날 집을 자주 찾아가는 버릇이 있는 듯 싶다."

창닫기

YES24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제1회 김훈, 제 2회 공지영
때곳: 2006년 8월 26일 지리산 송원리조트

인사말

김훈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직업이 아니고 혼자 숨어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이야기를 하는 게 두려운 생각이 든다. 얼굴을 보니 글 똑바로 써야하겠다는 생각."

공지영  "생애 네 번째 등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 그런지 얼굴이 품위가 있다. "

작품 낭독 시간

 

 

 



공: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입부 낭독.

"첫 장면에 상징적인 것 넣으려고 노력. 이 소설에서도 그렇게 했다.  7년전을 회상하는 여주인공의 심정. 하늘과 땅, 서민아파트와 저쪽의 경계,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 ″

 

 

 

 

김: <화장> 일부 낭독

"사랑이라는 것의 아득함. 나도 잘 모르겠어. 무엇을 쓰려 했는 지... 그러나 안타깝게 만질 수 없는 것들의 아득함이 있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손으로 만질 수 없으니까 말로 부르려 해서 말이 나온다. 그 말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인가. 인칭과 인칭 사이의 절망감. 아득함을 묘사한 것."

독자와의 질의 응답

-왜 작가가 됐느냐.

김: "왜 소설을 쓰느냐고 묻는 답답한 젊은이들이 있다. 밥벌이를 하는 노동. 매우 힘들고 고달픈 노동. 돈을 벌어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것을 써서 밥을 먹을 수 없다면 이것을 하지 않는다. 밥벌이 노동을 통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약간의 행복을 느끼겠는데, 그게 성공했다는 자부심에 도달한 때가 거의 드물었고, 나는 글을 써서 출판사에 넘길 때, 나는 내가 쓰려 했던 것이 이게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아는데, 그러면서도 그것을 넘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불완전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말할 수 없이 비통하다. 그 비통함을 견디며 밥벌이 노동을 한다. 여러분, 내 말 듣고 실망하셨죠."(웃음)

공: "김훈 선생과 저는 많이 다르지만, 같은 게 있다. 저도 생계가 되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거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 책 안 쓸 때는 책 읽는다. 그래서 할 줄 아는 것을 잘 써보려고 한다."

-언제 글을 쓰고 슬럼프가 찾아오면 어떻게 하느냐.

공: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이면 퇴근을 하려고 한다. 슬럼프가 와도 붙어앉아서 열심히 쓸 수 밖에 없다. 소설이 머리 속에서 70%정도 돼야 소설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김: "조직, 직장 구속이 없지만, 자기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면 우리는 망한다. 강철과 같은 기율이 있어야만 자기를 통제할 수 있다. 그게 없으면 우리는 건달. 그래서 자기를 긴장시킬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책상에 앉아보면 하루 글쓰기 양과 질이 예상된다. 놀 때는 혼자 논다. 영화관 같은 데 가지 않고 강가나 들에 나가 자전거 타고 논다. 연필로만 쓰는 게 못된 습관. 나는 컴퓨터를 모른다. 기계를 만지면 꼭 고장이 난다. 글이 안 써지면 연필 탓하며 다른 연필 사는데 역시 잘 안 써진다." (방청석 연방 웃음 터짐)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성격은. 옷을 잘 입는데 어디서 사나.

공: "학교 다닐 때 새침하고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때는 말광량이였다. 중학교 때 세계명작 읽어보니 주인공은 대부분 새침해서 닮으려고 했다. 대학 영문과 학생은 대부분 여학생. 끝에서 세 번째로 못했던 학생. 옷은 인터넷서 주로 싸게 사 입는다. 튕기지 말고 있을 때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주라고 말하고 싶다."

- 학창 시절에 국어는 언제나 100점 맞았나

김: "60년대 대학에 갔더니 대학에 바로 가지 못한 고교생들을 수용한 포로수용소 같았다. 1년내내 데모. 휴교 많았다. 교련반대 데모를 했다. 1주일에 1시간. 교련받고 1년 공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면 공지영씨가 나를 경멸할까."

공: "아니에요. 일리가 있네요."

김: "대학에서 영시를 가르쳐주는데, 너무 좋았다. 데모하느라고 그것을 포기하고 배우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혼자 영시 공부했다. 예이츠 시를 라임 맞춰 다 외울 수 있다. 내가 학교를 안 나왔다는 거에 대해서 아무런 자의식이 없다."

 

 

 



-<강산무진> 잘 읽었다. 제 나이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서 주로 다루시는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여성과 남성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해주셨으면 한다.

김: "생로병사. 인생에는 생로병사만 있다. 연애는 병의 문제가 아닌가. 인간의 문제를 떠난 세계가 있다. 초월, 구원 등. 나는 그런 영역으로 가지 않고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생로병사로 대표되는 추잡하고 어두운, 가여운 중생의 세계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과 구원의 세계가 조화가 있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그 책을 사보는 것이겠지.(방청석 웃음) 나와 동갑짜리 작가 박영한씨의 상가에 갔다. 나는 뭐하며 살아야 하나. 살아감과 죽어감이 완전히 같은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로병사는 구별할 수 없는 한 덩어리라는 것을 그 빈소에서 느꼈다."

-(김에게) 기자와 작가 중 어떤 직업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하나. (공에게)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셨는데.

공: "1980년대 초반 문학공부하면서 문학관 성립.사회문제를 파헤치는 작가가 되자. 그런데 2∼3년전에 문득 생각. 우리 사회는 무척 변했는데, 나는 왜 문학관이 한 번도 변하지 않았을까 되돌아봐.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환경의 변화에 맞춰 변신해야. 요즘 진보 노동권은 그런 고민이 적지 않은 게 아닌가. 80년대 운동권 노래는 새로운 현실에 맞춰 정서의 힘을 보여줬다. 그런 것에 자부심. 요즘 정권은 많이 바뀌었는데, 운동권은 전혀 변하지 않아서 사회에서 오히려 소외된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 "73년에 신문기자 시작. 그 해에 박정희 정권 긴급조치 발동. 긴급조치 시대에 나의 직업적 청춘이 거기서 썩어문드려졌다. 모든 언론은 검열을 받거나 통제 받았다. 기자란 직업에 대한 기억은 행복한 것이 아니다. 기자들 격렬하게 저항. 대부분 신파, 대부분 좌절됐다. 경찰이 고문을 해도 정당한 기사를 쓸 수 없었다.창경원서 호랭이 새끼난다고 하면 사회면 톱기사로 썼다. 그런 시대를 우리가 정리하지 못하고, 좌절, 실패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옆에 계신 공지영 선생 세대로 넘어간 것. 운동권 가요가 나온 시대까지 간 것. 그런 시절이 있었고... 소설을 쓰니 행복하냐, 그렇지 않다. 소설을 쓰면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시간을 묘사할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을 나는 묘사할 수 없다. 새로운 시간들이 인간의 생명으로 들어오는 것을 체험할 수는 있지만 묘사할 수는 없다. 그런 한계 때문에 자유로운 것은 아니로구나, 생각."

- 영상세대는 문학보다는 영상에 길들여져있는데, 문학의 매력이 무어라고 생각하느냐.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계획은.

공: "영상매체와 비교해달라는 말을 계속 듣고 있다. 제가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책 관련 질문을 꼭 한다. 공통점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성공한 영화배우의 특징도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성공한 감독도 마찬가지. 종이책은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기 때문에 중요. 활자로 1차 검증한 다음에 2차 매체로 넘어가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오픈 마인드가 된다. 영화는 그렇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가장 중요할 것. 김훈 선생 책이 일본, 프랑스서 번역되고 내 책도 활발하게 번역 소개되고 있다."

김: "저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평생 본 영화는 10편 넘지 않는다. 고교 때 강제로 끌고 가기에 봤다. 저는 영화관이라는 컴컴한 공간에 들어가기 싫다. 땀 냄새 나고 컴컴한 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놀 때는 들에 나가 놀아야지.. 영화는 인간을 압도한다. 짓눌러 버린다. 책은 여백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던져버릴 수 있지 않다. 책만 봤다. 자랑이 아니라 나의 낙후성을 이야기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책 속에는 글자가 있다. 언어의 구조물이 있다. 길은 세상의 길바닥에 있다. 책 속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길은 매우 아름다운 것. 책 속에 어른거리는 길은 매우 아름다운 것. 세상의 길과 연결하는 게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책의 길과 연결됐을 것. 말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매우 멀고 아득하다. 무기는 세상을 바꾼다. 미국의 무기는 정확하고 분명하고 신속하게. 말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면, 우리는 세상을 영원히 바꿀 수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눈물겹게도 중요한 것. 허약하기 때문에. 말로 해서 바꿀 수 있는 한도내에서만 바꿀 수 있다. 이게 내 고민."

- 좋은 문장은?

김: "나는 한국어가 불편. 조사 때문이다. 조사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동사가 목적어를 바로 지배하는 명석한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 한국어를 읽는다는 것은 조사를 읽는다는 것. 조사가 몇 개 안된다. 너무 옹색한 살림살이. 좋은 문장은 뭐냐. 조사들을 어색하지 않게 해 놓는 것이 일단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 엄청 힘든 일. 나도 잘 모르겠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꽃이 피었다'. 처음엔 '꽃은 피었다'였다. 고심 끝에 ' 꽃이 피었다'로. '꽃은'은 보는 자의 주관이 들어가 있으나, '꽃이'는 그렇지 않다. 한문과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어야만 좋은 한국어문자을 쓸 수 있다고 생각."

공: "여성작가가 대거 등장하던 시기에 섬세한 결이 강조되면서 내 문장에 대해 이야기되었다. 나도 나름대로 공을 들였는데, 평론가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것과 멀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 보기는 괴테의 '모든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리라' 인생의 찰나적 통찰을 몇문장으로 잡아내는 것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 아름답고 곱고 화려한 것을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평가와 내 생각이 달랐다. 인생을 탁 잡아내 읽는 이를 바꾸는 것을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

- 나이먹을 수록 잘 쓰나.

김: "내 나이 내년이면 육십. 서녀편은 쓰고 가려고 한다. 내 속에 소설로 써야 할 이야기가 무진장 쌓여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서너편은 기어이 쓰려고 한다. 서너편 더 쓴다고 해서 후세대가 작가로서 나를 기억해줄지, 안할지에 대해서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 술은 잘 먹나?

김: "(한참 말이 없다가) 술 끊으려고 해요. (웃음) 와인을 먹으면 로맨틱해진다. 뼈에 술이 스미는 느낌.계통이 없이 취한다. 내가 좋아하는 술은 위스키. 논리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술이 취하기 때문."

공: "위스키 빼고 다 잘 먹는다."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해.

김: "나를 누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생각이 없다. 나에 대해 누가 말하는 것이 하찮게 생각된다. 논쟁으로 누가 나를 이기려고 했을 때 내 논리로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의 진실은 논쟁으로 가릴 수 없는 그 너머에 없다. 남의 시선에 관계없이 함부로 살아왔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경우 바른 사람이다."

-미모 비결?

공: "술, 담배, 그리고 내일은 꼭 세수하고 자겠다는 굳은 결심."

김: "공지영씨가 미인이다. 그러나 우리 문단의 미모 수준이 과히 높지 않다."(웃음)

-인물 직업 세부 묘사. 취재 비결?

김: "기자시절 취재가 큰 도움. 재구성. 예를들어, 여성 화장 묘사는 여성잡지 광고를 통해서."(*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작가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흥미롭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화?
공: "흔쾌히 승락했다. 송해성 감독을 조감독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다. 목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쾌락."

-강동원, 이나영 캐스팅 만족하나?

공: "강동원 만났을 때,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 죽으면 참 슬프겠다 생각. 예고편에서 이나영 연기를 봤는데, 연기 잘한다 생각했다."

-후학들에게
공: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스님 '앉아 있을 때 앉아 있고, 걸어갈 때 걸어가라.'  일어나기도 전에 걸어가는 것 생각하기 십상. 그 순간을 명징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함께 생각해보자."

김: "사소한 일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에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문제라고 생각. 인터넷이 발달해서 젊은이들은 히어링이 안되는 듯. 말하기에만 능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듣기를 할 줄 아는 사람. 작은 일에 감동하는 사람이 됐으면. 내가 존경하는 데레사 수녀님이 쓰신 글. ' 사람들이 자신더러 인류를 위해 일했다고 하는데, 나는 인류라는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인류를 위한 적이 없고, 나는 다만 쓰레기통에 버려진 개별적인 존재를 데려다가 길렀을 뿐. 눈 앞에 펼쳐진 구체적인 사소한 일에 감동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06. 08. 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