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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델핀 페레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엄마와 아이는 시골 어느 집에서 함께 여름을 보낸다. 그 여름의 조각들이, 아주 작은 조각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두 사람의 소소한 대화, 함께 바라본 풍경과 생명들, 그것들에 대한 대화들...
심상하다. 그런데 그 심상한 것들이 두런두런 펼쳐지는 것을 보니, 나의 여름도 다시 펼쳐진다. 내 여름의 조각들도 모두 심상하다. 그런데 이 그림책의 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의 여름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더웠고, 속상한 일들이 넘쳐났으며, 휴식은 짧았던 아쉽기만한 여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나의 아이와 나누었던 모든 대화와, 함께 걷거나 뛰었던 크고 작은 길들이, 만질까 말까 고민하던 매미 허물과, 사달라고 조르던, 무슨 맛을 먹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구슬아이스크림이. 구슬아이스크림을 고르느라 힘껏 까치발을 딛었던 그 뒷모습이…. 그 모든 것이 마구 쏟아진다. 내 기억 속에. 축복처럼.
잔잔하면서도 밀도 있게 담아 낸 엄마와 아들의 여름 풍경. 아름다운지 모르고 지나보낼 수도 있었을 그 모든 순간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담아낸 이 책이 몹시 고맙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