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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생태계
이혁규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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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의 현실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 20가지 이슈를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이슈에 대한 깊이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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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적인 차원에서 수업 실천을 공유하고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교사들이 고립주의적인 교사 문화에 안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 사회의 오랜 문화적 관행으로 굳어져서 누구도 쉽게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견고한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익숙한 일상은 이성적 사유를 넘어서서 하나의 습속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깨뜨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기능주의적 관점을 빌어서 설명을 하자면 이런 습속이 존재하는 이유는 나름의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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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들었던 이혁규 교수의 강연 내용이 떠오른다. 청주교대에서 교수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강의를 서로 오픈하는 과정의 이야기. 초중고 교사만이 아니라 교수들도 자신의 강의를 오픈하고 나누는 그런 문화가 희박한 게 사실인데,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대학에서 교수들 사이에 강의실을 열고 경험을 나누는 그런 실천을 했다는 사실이 꽤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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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 처리와 같은 행정적인 일만 잘하면 교육 활동을 잘하든 못하든 별로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교실을 자신만의 왕국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간섭은 긍정적인 의미의 교육의 자율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좋은 교육을 위한 노력을 방기해도 좋은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의사 자율성'에 불과하다. 종합해보자면 고립적인 교사 문화는 역사적인 기원에 더하여 교육보다 관리 중심의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관리자와 교사 모두에게 기능적으로 유익이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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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교실문을 열지 않는 이유, 고립적인 교사 문화가 유지되는 까닭에 대한 설명 부분이다. 이 앞 부분에 일본의 제국주의 지배 하의 공교육 형성 과정에서 역사적 기원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고, 또 오늘 한국 학교에서 교육활동보다 행정업무 중심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이유, 문제를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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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좋은 교육은 개별 교사들의 우수성이 아니라 교사들의 협력적 네트워크에 의해서 가능하다. 한국 교사 사회는 식민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교실 밖 타자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극복하고 서로 돕는 협력적 문화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현재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교사 문화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한국 교직 사회의 오랜 관행과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부디 이러한 노력이 몇몇 학교에서의 실험으로 그치지 않고 한국 교직 사회 문화를 갱신하는 계기다 되길 바란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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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좀 아쉽다. 여러 이슈를 다루다 보니 하나의 이슈에 충분한 논의를 담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정말 듣고 싶은 부분에서는 우려와 기대를 정리하는 식으로 마무리되곤 만다. 여러 이슈들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긴 이슈 브리핑으로 생각한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