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의 배신 - 청년을 거부하는 국가 사회를 거부하는 청년
조한혜정.엄기호 외 지음 / 창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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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혜정, 엄기호 외 젊은 사회 연구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담은 『노오력의 배신-청년을 거부하는 국가, 사회를 거부하는 청년』은 오늘의 한국 사회 청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청년, 결국 20, 30대의 이야기가 제법 무겁게 다루어진다.
- 이 책 제목에 쓰인 ‘노오력’이란 유행어처럼 이 책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만들고 유행시키는 유행어들을 통해 한국 사회와 그 속의 청년들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잉여’라는 말을 저 멀리 느끼게 하는 ‘포기’가 청년 세대에 붙여져 쓰여지는 언어들, 5포니 7포니 N포 세대니 하는 말들. 사회적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은수저,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들. 그리고 혐오의 감정을 담은 ‘벌레’를 여기저기 갖다 붙여 만든, ‘일베충, 진지충, 설명충, 급식충, 맘충, 메갈충, 수시충, 편입충’이라는 말들이 타인의 혐오를 넘어 자신에 대한 혐오와 모욕으로까지 가 닺게 되어 버린 현실.
- 이 책은 『90년생이 온다』보다 더욱 적나라하게 우리 사회와 청년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그 정점은 그들의 말을 받아 언론이 유행시키는 ‘헬조선’, ‘탈조선’에서 드러난다. 왜 그들은 한국 사회를 보며, 자기 자신을 보며 이렇게 느끼고 인식하는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거시적인 해석과 설명이 필요한 걸까. 그들이 삶에서 부딪치는 일상적인 불평등의 사회 현실, 한국 사회에서 취업하여 일선에서 소비자를 만날 때의 감정 착취, 결국 ‘노오력’과 경험이 부족한 자기 책임을 강조하는 기성 세대의 언설들.
- 이 책 구석 구석에서 청년들의 대안적인 노력들이 잠시 잠시 다뤄지고 있는 내용에 눈이 간다. 이 어둡고 무거운 현실 인식의 목소리들에 조금은 지쳐있기 때문이지 싶기도 한데, ‘청년연대은행 토닥’이 청년조합원을 모아 자율이자 대출을 시도하는 것, ‘청춘희년운동본부’의 청년 부채 탕감운동 등등의 이야기 말이다.
- 이 책의 마지막 장 ‘05 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에서 조한혜정은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과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이 거친 언어 속에서 기대를 이야기한다. 이런 끔찍한 현실을 세계적으로 먼저 겪으며 길을 찾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절망을 깊이 정직하게 느낄수록 그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인 듯하다. 그리고 ‘청년 국민/시민 배당제도’, 즉 일종의 청년 기본소득을 통한 여유를 만들어 줌으로써 다른 세상을,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여 하지 않는가, 부모의 관리 속에서 주체성을 갖기 어려운 젊은 세대들에게 숨통을 터 줄 수 있는 ‘갭 이어’, 스무살 청년에게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 제도 같은 것들을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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