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파괴의 역사 -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김병민 지음 / 포르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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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문구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인류' 인데요. 19~20세기에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의 삶은 더욱 풍족해지고 편리해졌지만, 행복수준은 삶의 질에 반비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꽤 자주 접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별, 소외감, 우울증이 증가했고, 사회적으로는 불평등, 양극화, 공동체 붕괴 문제가 발생했으며, 지구적 관점에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협력하고 힘을 모아 문명과 사회를 발전시킨 호모 사피엔스의 결말은 예상 외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불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인류는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지금 현상태는 과연 어디서부터 이어져 온 것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컴퓨터공학과 화학을 전공한 저자는 과학자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그러나 과학 지식 외에도 역사, 정치, 사회적 이슈 등의 정보와 지식을 총망라하여 현시대의 이슈들을 다각도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책은 공생, 충돌, 파괴를 주제로 하여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생하며 평화롭게 살던 인류는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갈등 및 충돌을 지속하여 지구 뿐 아니라 그 자신까지도 파괴하는 결말에 이른다는 비극적소설인 듯한 느낌이 들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기에 좋은 구성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구파괴의 징조를 알려주는 가장 큰 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급증일 것입니다.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그리고 첨단과학기술, 정치,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화두가 되었습니다. 각국은 ESG, CF(carbon free)100, RE(reusable energy)100 등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고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러한 행보로 지구파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요즘 산업 전망이나 정책 등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지금 시대의 화두이기도 하죠. 그러나 지속가능성의 주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바로 성장과 생산, 이윤 창출입니다. 지속가능성의 본래 목적은 자연의 회복이 아니며, ESG를 추구하는 기업 또한 지구와 환경보전보다는 선한 이미지를 통한 투자유치와 규제면피에 더 집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경제성이 되어버렸습니다. 안전, 협력, 공생의 가치는 점점 퇴색되고, 문명은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 아닌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첨단과학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함께라는 가치를 붕괴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한편으로 지구, 환경, 생명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유발하기도 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겠다니 아이러니하죠. 저자는 말합니다. 과학을 맹신하지 말고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구의 자정작용에 맡기라고요.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분열된 인간의 힘은 지구 파괴를 막기에 너무도 미약하고, 인간의 끝 없는 욕망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막강합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 상황과 위기를 예상하고 대처하기 위한 혜안을 가지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는 이미 메시지를 충분히 받고 있다. 메신저는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무시할 뿐이다. 깨닫지 못한 인간을 위해 자연이 메신지로 직접 나서고 있지 않은가. 절대 자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연에서 인류가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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