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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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 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오싹함은 아주 잠시나마 무더위를 날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무심코 공포물을 찾아보게 됩니다. 잠이 안와서 한 행동이 결국 잠을 더 못들게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지죠. 결국 밤에 불을 켜놓고 잠을 자기 일쑤인데도 우리는 왜 공포물을 보는 것을 즐길까요. 공포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며 우리의 뇌는 그런 상황을 회피하도록 진화했는데, 우리는 왜 공포물에서 짜릿함을 느낄까요. 공포물을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가 궁금해졌습니다.

저자는 초등학생 시절 밤에 화장실을 가던 중 우연히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검은 형체를 목격했습니다. 그것이 귀신인지 그림자인지 아니면 그저 환상일 뿐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늘 궁금했다고 합니다. 목격한 순간 느낀 감정은 공포 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호기심과 은근한 바람과 또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스스로를 겁쟁이인 호러 예찬론자고 말합니다. 무섭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친구와 수다떠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합니다.

공포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아마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고립되거나 폐쇄된 환경, 어둠이나 암전,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 무언가 나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시선, 등뒤로 느껴지는 스산함,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직감. 생각만해도 오싹해집니다. 저자는 겁쟁이만이 진정으로 공포물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아마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자극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런 저런 상상속의 존재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장르를 다룹니다. 공포 영화, 소설 뿐 아니라 하우스 호러, 고어물, 좀비물, 규칙괴담, 공포게임, 공포증 등을 다루고 관련된 작품을 맛보기 식으로 소개합니다. 저자는 공포를 즐기는데만 그치지 않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대상을 호기심있게 바라보고 탐구해 나갑니다. 한 예로 처녀귀신을 언급했는데요. 저도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에서 처음 본 귀신이 바로 처녀귀신이었어요. 말 그대로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까맣고 긴 머리는 허리춤까지 내려오고 둥둥 떠다니며 스윽 스윽 지나다니는 것을 몇 번 본 적 있는데, 굉장히 무서우면서도 너무 전형적인 처녀귀신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웃기기도 했습니다. '전설의 고향' 에서도 구천을 떠도는 처녀귀신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한을 풀고자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 괴롭히기도 하잖아요. 왜 하필 할머니, 할아버지, 총각, 동자 귀신도 아니고 처녀귀신이 가장 무섭게 느껴질까 궁금증이 들었는데, 옛날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젊은 처녀의 한을 귀신이라는 무형의 존재로 그려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소외되고 배척되었던 사회적 약자들의 서러움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전달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죠.

이 책은 쫄보 호러예찬론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공포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공포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지 않지만 저자와 수다떠는 것처럼 부담없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공포물을 보면 무서워 밤에 불을 켜야 하고 이불 밖으로 발을 내밀지도 못한다는 저자는 공포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누구나 다 공감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열대야로 숙면 취하기 어려운 날, 몸이 오싹해지는 짜릿함은 탄산수와 같은 청량함을 선물해줄 것입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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