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까봐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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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좋게도 가족의 죽음을 처음 본 때가 20대 중반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별은 할머니,할아버지,외할아버지까지 세 번이 전부...
성인이 된 나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무한히 두려운 그 무언가였다.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망자에 대한 그리움인지 남겨진 나에 대한 연민인지
가끔은 헷갈리지만, 지극히 어두운 슬픔임에는 틀림없다.

'마음이 아플까봐'의 주인공인 소녀는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통해, 순간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느끼지만 이내 자신의 마음을 유리병에 담아
그 슬픔을 외면해버린다. 직접적인 죽음도, 느껴지는 슬픔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그림 속 빈 의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군가의 빈자리... 이야기 속 소녀는 그런 슬픔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린
것이 아니었을까?

다시 그 의자에 앉아 환한 웃음을 되찾은 소녀...아니 이내 커버린 여인...
작은 병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설정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있다면 한번쯤 사용해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인 듯 싶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그 상황을 잘 받아들여 견뎌내는 것도 중요한 법!
물결이 일지 않으면 좋으련만, 잔잔한 호수도 늘 평온하지는 않으니 그저
물흐르듯 그렇게 함께 성장하며 사는 거려니... 체념해본다.

아직 더 많은 이야기를 이해하기엔 턱없이 어린 우리 딸아이... 할아버지의
빈의자에서는 눈이 벌겋게 되어 다음이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슬픔
이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인가 보다. 다시 마음을 꺼내고 싶어하는
소녀를 보며 "너무 작은 병에 담아서 그렇지."라며 말을 보태는 녀석때문에
웃으며 함께 읽을 수 있었던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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