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을 나는 타이어...왠지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의 희망을 노래하는 소설?은 아닐까 하는 얕은 상상으로 두꺼운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어서 어떤 기대도 없이 그저 긴 시간 전철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고 싶은 욕심이 더 앞었을 뿐이어서였을까? 환승역을 지나친 채 글자에 온전히 꽂혀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책의 두께는 그만큼의 흥미이상이었다.

 아까마쓰...사건의 시작과 끝을 우직함의 끈으로 연결하는 인물.
늘 소설을 읽을 때면 등장인물의 이름을 못 외워서 ^^; 앞뒤로 왔다리 갔다리를 반복하다가 그만 제풀에 흥미를 잃곤 했던 나에게 다행하게도(?) 다마쓰(^^;양쪽 문달린 아담사이즈의 봉고?를 기억하시는지...)라는 명칭덕분에 쉽게 내리에 박힌 이름 '아까마쓰'는 따뜻한 아버지이자 믿음직한 사장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이 죽은 대형사고의 원인을 두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힘겨루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가는 이야기꾼의 글솜씨가 무한히 부러웠다. 그 사이에서 눈치보기와 줄서기에 여념없는 은행, 간 보아가며 특종을 날려주는 주간지의 현실적인 대처가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역할을 한다. 물론, 기업간 힘겨루기라는 표현보다는 사건의 원인을 두고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은폐와 폭로의 수사과정이라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듯 싶다.

 열심히 행적을 쫓다가도, 직원을 아끼는 사장의 마음에 울컥하고 자식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한 아버지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며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제끼곤 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지만, 이 두꺼운 책에서 감동받은 이유를 딱 한가지만 꼽으라면 '현실성'이 아닐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용사도 없을 뿐더러 적절한 타협과 함께 벌어지는 상황들은 늘 꿈과 현실이라는 경계에서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창 법정드라마(미드)에 심취해서 그런지... 재판없이 돈이라는 강력한 협의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여운은 그야말로 강한 현실성의 종지부라고 생각했다. 약자와 강자의 싸움? 나역시 흠집은 낼 수 있어도 무너뜨릴 수 없는 존재를 상대로 한 싸움이라면 적절한 현실과의 타협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는 일인이기에...^^

 역시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인가? 허무맹랑 무조건 저돌적인 인물보다는 현실감각 팍팍!! 살아있는 굴곡많은 인생살이가 더욱 정이 가니...이렇게 변해가는 시점에서 만난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정말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었다.(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범죄수사, 탐정관련 영상물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딱 재밌는 소설이 될 거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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