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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윤수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유난히도 마음에 드는 피아노곡이 있다면 나는 단연코 바흐의 인벤션1번을 꼽는다.
물론, 매우 개인적인 추억이 깃든 곡이기도 하지만 오른손과 왼손이 함께 멜로디와 반
주를 넘나드는 흐름의 충격을 잊을 수 없어서랄까.
클래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나의 어린 시절이
음악이라는 것과는 너무 거리감있게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저 남들 다 보낸
다는 이웃집 아줌마얘기에 피아노학원에 덜렁 몇년을 보내준 엄마의 고마운? 선택으로
그나마 클래식이라는 음악에 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음악가의 이름이라도 들어보게 되
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얀바탕에 덜렁 제목만 있는 책...정말 딱 할 말만 할 것 같은 책이었다.
생각보다 긴 프롤로그를 읽으며 어쩌면 어렵지 않은 클래식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한장한장 넘겨본다.
시냇물이라는 뜻의 바흐...음악가의 신분이라는 것이 그냥 악사정도의 대접이겠지만,
그래도 후대에 이름을 날린 음악가라면 무언가 다른 대접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나의
바보같은 생각은 얼마나 내가 세계사에 얄팍한 지식을 가졌는지를 확인하는 계기일 뿐
이었다. 요리사처럼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가는 곳마다 원한다면 언제나 그곳에 있어
야했던 그들은 여행도 주인의 허락없이는 할 수 없었으며 육체적노동을 하는 하인보다
더 낮은 대접을 받기 일쑤였다는 점은 참 가슴아픈 얘기였다. 억압받은 자유를 음악속
에서는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하이든은 자유라는 것을 얻은 것이 여든 살이 되었을
때라니... 조금은 허망하기도 하다.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통해 당대의 흐름까지 훓어주는 작자의 얘기는 낯선 단어들이
달려들때면 가끔은 멀어지기게도 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나 이야기가 마구마구 펼쳐질 때면
꿀병만난 곰처럼 주둥이를 푹 넣어버릴만큼 빠져들게도 한다.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음색을 들려줄 수 없으니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건너건너 음반도
소개해주고 있는데, 그 음반에도 딸린 이야기가 있으니 작가는 정말로 할 말이 많았나보다.
자~ 이제 가요를 좀 줄이고 클래식을 귀에 넣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