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얼굴이 왜 빨간지 아직도 궁금

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김시민 지음, 이상열 그림 / 리잼 / 2010년 5월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기전에 몇 편씩 읽어서...내가 빼먹은 것일까?
제목과 같은 시가 있을 거라는 예상은 깨지고 아빠얼굴이 왜 더 빨간 것인지 궁금증은 점점 커져간다. 아니라고 해도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나는 추측따위엔 관심이 없고 그저 어느 지면에 설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열심히 찾아다닐 뿐이다.

수묵화의 느낌이 너무나 좋은...(수묵채색화라는 게 더 맞으려나?)그림들과
편하게 말하는 듯한 글귀들이 매말랐던 내 마음에도 잔잔한 물결을 가져다 준다.학교이야기, 가족, 할머니와 할아버지, 자연의 모습을 다룬 내용으로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들이 가득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진다.

짧으면서도 '하하~맞아맞아."를 연발하게 하는 시들도 많은데, 그 중에서 하나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반장선거2

내 이름을 쓸까 말까

내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 그 잠깐의 망설임이 그림속에 스며들어 있어서
글로만 만나는 느낌이 살짝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투박하고 가끔은 대충 먹물의 줄긋기인 것 같은 그림인 것 같은데...역시 여백의 미와 항상 잘 어울리는 수묵화인지라 그 독특한 맛을 맛보기엔 충분한 듯 싶다.

어른이 읽어도 좋지만, 아이와 함게 읽는다면 그 포근한 정서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책이다. 그림과 함께 봐야만 이해가 되는 시들도 있으니 어린아이에게 보여줘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호박꽃 그림을 보면서 나의 목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딸래미도 책을 덮자마자 호박죽을 해달라고 해서 계획에도 없던 호박죽을 만들었지만...

오늘밤에도 몇 편의 시를 만나고 잠이 들 것 같다.
하지만..아직도 아빠얼굴이 왜 빨갛게 된 건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