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휴식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어떤 사건이 잿빛 일상에서 확 떠오르려면 백색의 시간, 별일 없이 살아가는 중립의 지속이 필요하다. 허를 찌르는 순간은 거의 항상 자잘한 소음을 배경으로 삼는다. 단조로운 일상이 없으면 전격적인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 우리 일상의 선율은 일종의 통주저음低音이다. 그 통주저음을 배경 삼아 이따금 가슴 떨리는 아리아가 연주된다. - P71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우리 삶은 소설이 아니요, 늘 그날이 그날 같다. 일상에는 기억할 만한 일화가 별로 없다. 매일매일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삶에는 사건이 점점빈곤해진다. 뭐 새로운 것 없나? 이 물음에는 늘 똑같은 대답이 튀어나온다. 별일 없이 사는 거지, 뭐.
그런데 인간은 일화 형식의 일상을 소재 삼아, 그 소재가 아무리 하찮을지라도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살아간다.
평범함의 과제는 폭풍 같지 않은 폭풍의 일상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시시해 보이는 폭풍이 이어지면 가장 강인한 마음도 무너뜨릴 수 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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