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커피 -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조희창 지음 / 살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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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커피와 음악, 이 조합은 우리 집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는 블렌딩 조합이 아닐까 싶다. 아빠가 직접 내린 커피와 아빠가 직접 만든 음악기기와 합께 거실에서 몇십 년째 푹 빠져계신다. 덕분에 나도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었고 어릴 때부터 음악을 배웠다. 하지만 커피는 아직도 뭔가 나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커피우유만 마셔도 심장이 떨려서 마시지도 못하던 내가 대학교 들어와서 시험기간 때마다 아메리카노를 찾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물 많이 탄 아메리카노에 가까울 것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어떤 예술 작품이나 건축물을 볼 때도 그 시대 배경이나 예술가들 더 알고 가면 안 보이던 게 보이고 흘려들었던 부분이 들리게 되고 느낌도 다르게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바흐를 그렇게 느꼈다. 초등학생 때 접했던 바흐는 나에겐 치기 쉬운 것 같은데 어려운 곡으로 느껴졌다. 계속 손가락에 이상할 만큼 힘이 들어가서 선생님께 하도 뭐라고 들어서 바흐의 다른 곡은 듣기만 해도 거부감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바흐의 시칠리아노를 들어본 순간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지금의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그 느낌을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들어본 바흐의 음악은 그때의 감정은 다 없어지고 봄의 기운만 남겨주고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봄기운이 가득히 피어오르는 날,

바흐가 그리도 좋아핬다던 커피를,

그중에서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마시면서

그의 플루트 음악을 듣고 있노라며

무언가 아득한 것이 시공을 뛰어넘어 찾아온다.'

카페 알바를 6개월 정도 해보면서 다양한 커피를 접해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내가 내려본 커피는 아직 미숙해서 그저 쓴맛만 나는 커피였고 콜드브루라는 걸 처음 맛봤을 때 나의 평은 간장과 사약을 합치면 이런 맛이 날 것 같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다 웃었던 적도 있다.

대형 커피점에서 알바한거라 아마 작가는 싸구려 커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대형 커피점은 건강한 커피와는 다르게 크림과 시럽 등을 넣고 팔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점이 커피의 진입장벽을 낮추게 해서 커피를 잘 먹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시도할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어떤 음악은 꺼려지거나 듣기 싫은 음악이 있다. 근데 다른 스타일과 결합해서 나오면 사람들은 그 음악을 듣게 되고 그게 또 나름 대중화된 케이스가 edm이라고 생각한다. sm에서 시도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했는데 커피처럼 최적의 블렌딩을 찾고, 많은 사람들이 듣게 하기 위해 다양한 시럽을 뿌려보는 시도를 통해 점점 듣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커피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 좋은 연주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좋은 연주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해요. 첫째는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는 그 점을 청중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p.98

 

피아노를 그만두면서 나는 피아노를 다시는 치지 않겠다고 해서 거의 7년째 치지 않았다. 클래식도 그때 이후로 매장에서 들려오는 그럴 때 빼고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작가는 나에게 핸드드립 커피었다. 작가가 직접 선택한 음악에 작가의 설명이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향이 퍼져나가서 마셔볼 수밖에 없었다.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어느새 커피의 맛에 빠진 것처럼 음악에 빠져 음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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