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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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리호와 치카코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리호는 남자처럼 행동하고 남자와 하는 섹스를 힘들어한다. 그래서 남장도 시도를 해보고 여자인 메이와 키스를 하지만 결국 그것도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결정적으로 리호가 소속될 곳은 없었다. 고독감이 몰려왔고, 반복된 작업으로 기진맥진했다.' -p. 60

아르바이트하던 도중에 알게 된 츠바키를 우연히 자신의 2차 성징,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남장을 한 상태에서 독서실에서 만나게 된다. 리호는 츠바키와 얘기를 하면서 논쟁을 하게 된다.

'가끔은 섹스가 싫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 여자는 그런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걸. 그런데 너는 그 이유만으로 그런 짓을.'

'그것만이 아니에요! 저는 평소에도 여자로서 힘든 일이 많았어요. 여자라는 성이 너무 힘들어요. 성적인 시선을 받고, 얼굴이나 몸매로 가치를 평가받기도 하고, 당연하게 여성스러움을 강요당하고, 그 모든 것들이 숨 막히고 싫어요.'

'그건 모든 여자들이 그렇다니까. 네가 하고 있는 생각을 다른 여자들도 똑같이 하고 있단 말이야.' -p.122

'넌 여자야. 그것도 아주 전형적인. 너 같은 사람 너무 많아. 하지만 모두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너는 아직 못 받아들이는 것뿐이야. 어린아이니까.' -p.128

여기서는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서로 정답인 말이기도 하고 서로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리호처럼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츠바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답답해지는 리호는 치카코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대체 왜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냥 그대로 있어도 되잖아. 리호는 무언가 단단한 줄에 묶여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리호가 그 줄을 스스로 묶고 있는 것처럼 보여. 사람을 꽁꽁 동여매는 줄을 손에 들고 자신을 묶어버린 거지. 그러니까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 아닐까?
리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리호 안에 있는 남자와 여자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선입견인 것 같아.'

리호는 많은 생각을 하다가 최종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성별을 벗고 싶어.'

책에서 치카코는 자기 자신을 별의 한 조각이라고 여기는 한 사람이다. 독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치카코의 생각을 들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많았다.

'어릴 때 치카코는 소꿉놀이를 잘하지 못했다. 친구들 모두 공상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혼자만 소꿉놀이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이어지고 있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몇 십억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 이 소꿉놀이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p.78

 왜 그런 문제(리호)에 그렇게 얽매여서 괴로워하고 있는 걸까? 성별 같은 것이 정말 이 세계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치카코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별 따위는 소꿉놀이를 할 때 필요한 단순한 규칙일 뿐이다. 일시적인 꿈이다. 세상 밖은 얼마든지 넓게 펼쳐져 있는데 왜 그토록 고민하며 그 안에만 머물고 있는 것일까.' -p.188

아마 치카코처럼 생각을 하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리호의 상황에서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원래 자신이 자신이 아닌 느낌이 아닐까? 자기는 어디에도 있지 않고 자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경계에 있는 것이 아닌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치카코는 자기 자신이 별의 일부분이 아닌 진짜 육체로 느껴질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 이세자키를 만난다. 하지만 그와의 섹스 후에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고 성행위라고 해서 꼭 그것을 융합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거면 된 것 아닐까요(이세자키)?'
'네(치카코)'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만약 치카코 씨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저와 헤어지려고 하는 거라면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곳과 억지로 융합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요. 제가 살고 있는 세계도 조금은 특별할지 모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각자의 호흡을 유지하면서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죠. 그러는 편이 좋을 겁니다.' -p.238

나는 이세자키의 의견이 나의 생각과 거의 비슷하다고 느꼈다. 각자의 세계가 있듯이 서로 강요를 하면 안 된다고 난 느끼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다 생각이 같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요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충분히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서로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서로 정답이 아니고 그저 의견이 다른 것인 것뿐이니까 말이다.
여성 문제와 성 정체성에 관해 다루는 작품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마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읽기 힘들었던 책 중 하나였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또 다른 주제는 생각을 할수록 확실한 정답이 없고 또 나의 주변 환경으로 인해 고정화된 나의 생각이 한편으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피하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주제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서로 충분히 얘기하고 다음을 위한 풀어 나가야 할 할 사항이라고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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