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고베 -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8
한예리 지음 / 세나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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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한 달의 고베 - 한예리

2025.06.05. ~ 2025.06.17. (348p)

 

한 달의 고베는 세나북스의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한 달의 요코하마다음으로 접하는 세 번째 책이다. 여행 그리고 낯선 곳에서 보내는 한 달의 여유라는 들뜬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몰입도가 높은 탓인지 다 읽고 난 후에는 마치 내가 다녀온 것 마냥 약간의 후유증 비슷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는 각 권에서 다루고 있는 도시도 다르거니와 지은이들 또한 제각기 달라 각자 개성있는 한 달의 일정을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으로 그려내어 더욱 흥미롭다. 특히 본서인 한 달의 고베1일차부터 33일차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빽빽한 목차로 쓰여 있어 작가의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달의 고베는 작가가 고베에서 지낸 2024831일부터 102일까지의 33일간의 시간을 기록한 책으로 고베 및 효고현에 더하여 오사카, 교토, 시가 그리고 오카야마의 이야기까지를 담고 있다.

 

많은 시리즈를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주로 홀로 한 달의 시간을 보낸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시리즈의 전작과는 달리, 작가는 대학시절 홈스테이를 했던 일본가정의 식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여행과 같은 느낌의 한 달 보다도 고베에서 진정 살아가는것과 같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홈스테이 시절 자신을 돌봐준 이를 엄마라고 부르고 그녀의 딸과 그 남편을 언니형부로 부르며, 그들의 어린 자녀들과 생활하고 여가를 함께 보내는 모습은 개인주의적이라거나 민폐를 끼치는 것을 매우 조심할 것이라는 일본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작가는 일본인 엄마언니’, 그리고 엄마의 지인들과의 동행 덕분에 전형적인 관광지 외에도 현지인들이 아니면 방문하기 힘든 여러 장소들과 식당들을 방문한다. 그러나 작가의 한 달은 고베와 인근 지역의 명소와 맛집을 탐방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본어 번역작가라는 직업 답게, 탐미주의 소설의 대가이자 겐지 이야기의 현대어 번역 작업을 한 작가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흔적을 따라 그가 거쳐간 거주지들을 방문하고, 야구에 대한 관심으로 코시엔에서 한신 타이거스와 주니치 드래건스의 경기를 관람한다. 일본 재즈의 발상지인 고베에 들렀으니 재즈 음반과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는 가게들 찾고, 지역 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서예, 꽃꽂이, 다도와 같은 일본 문화 체험에 참여하고, ‘엄마와 함께 시민센터의 요가 수업에도 함께 한다. 이러한 작가의 한 달은 마치 일기와 같이 꾸미지 않은 듯 편안하게 서술되는 이야기들 속에는 여정이 아닌 일상이 녹아있다.

 

고베시를 필두로 한 효고현의 많은 관광지도 소개되어 있지만 특히 근교의 동물원들, 그 중에서도 히메지 센트럴 파크의 사파리 투어가 흥미로웠다. 좋아할만한 또래의 자녀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작가가 알려준 네 개의 동물원에 모두 데려가고 싶다. 작가가 찾아다니던 쇼와식 오므라이스 사진을 보며 어린 시절 ‘OO양분식이라는 이름의 식당들에서 늘 주문했던 오므라이스가 떠올렸다. 재즈레코드를 몇 장 갖고 있기에 재즈킷사와 재즈바 소네에 들러보고 싶었다. 유명한 랜드마크 만큼이나 개인적이고 취향에 맞는 일정들을 보낸 모습이 더 매력있고 진정한 한 달 살기의 모습처럼 보인다.

 

한 달의 고베는 작가 혼자 보낸 한 달이 아니라 일본의 또다른 가족과 함께 보낸 한 달의 삶이라는 의미에서 더 정겹고 따뜻한 일정으로 느껴진다. 아이들 앞에서 핸드폰 보지 않기, 8시가 되면 아이들의 수면을 위해 거실에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가기 등 자녀의 교육을 위한 어른들의 규칙들과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하는 테마키스시 파티나 타코야키 파티 그리고 집으로의 초대에 있어 초대 받은 이가 지켜야 할 사항들 등에서는 색다른 일본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전작들을 통해 한 달 살기에 대한 환상과 욕망이 커질 대로 커졌지만, 언젠가 그 기회가 찾아온다면 한예리 작가의 한 달의 고베같은 그런 사람냄새 나는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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