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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천 료칸 여행
이형준 지음 / 즐거운상상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일본 온천 료칸 여행 (개정증보판) - 이형준
2024.02.26~2025.03.01 (320P)

이형준 작가의 ‘일본 온천 료칸 여행’은 여행 사진가로 활동 중인 이형준 작가가 2013년 2월 처음 출간한 책으로 무려 12년이 흐른 2025년 2월 개정판으로 재출간 한 책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한 권의 책이 생명력을 유지한 채 십여년이 지난 후에도 개정판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대단하다.
2013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일본 여행은 이미 흔한 것이 되었던 시기로 기억되지만, 온천 관광이라면 보통 벳푸나 유휴인에 들러 대중온천탕을 몇군데 이용해보던 방식이었지, 그 온천 지역의 료칸을 방문하는 것은 드문 코스인데다가 꽤 부담스러운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것 같다. 최근 한동안 엔저의 시기를 지내며 도고와 히토요시 지역의 료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특별하고도 편안한 시간들이 인상 깊게 남아 있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첫 장을 펼쳐들었다.
본 서는 25년간 가고시마 남단 야쿠시마부터 최북단 홋카이도 시레토코까지 100여회의 일본 여행을 하며 작가가 경험한 수많은 온천 마을과 료칸 중 엄선한 31곳의 온천 지역과 료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의 시작 부분에 각 온천들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일본 지도를 들여다보면 문자 그대로 일본 열도를 관통하며 체험하고 조사한 작가의 결실이 바로 이 책이구나 크게 감탄하게 된다.

책은 다섯 가지의 큰 테마로 나누어 총21개의 온천과 그 지역의 료칸을 소개하고, 덧붙여 꼭 가보면 좋은 온천 10개를 별도의 테마로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온천과 료칸에 관련된 Q&A를 통해 온천에 대한 일반지식과 일본 온천과 료칸의 특징 및 이용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안내해주고 있다.
다섯 가지의 큰 테마는 다음과 같다.
설원 속에서 즐기는 노천욕 /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온천 / 유카타를 입고 게타를 신고 천천히 온천 마을을 거닐며 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온천 / 볼거리와 체험이 있어 더욱 즐거운 온천 /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고 유명 작가와의 인연으로 문학의 향취를 짙게 느낄 수 있는 온천이 그것이다.
책에는 온천마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료칸 이용을 위한 시간, 요금, 교통편 등 세부사항들이 자세히 담겨있다. 작가가 여행 사진가인 덕에 함께 실려 있는 사진에는 온천 마을의 정취가 듬뿍 담겨있고, 료칸의 내부와 음식 그리고 사람들의 사진은 푸근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초판을 보지 못해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조금은 빛 바랜 듯 한 색감의 사진들은 첫 출간 당시에 실었던 그 사진들 그대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오히려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는 빈티지한 색감들이 보수적인 일본이라는 나라와 시간을 거스른 듯 한 온천 마을의 분위기와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일본인들이 온천을 가장 많이 찾는 때가 여름방학 시즌이라는 작가의 글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일본인에게 온천이란 여느 관광객들에게 처럼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생활 속에 깊게 자리한 하나의 문화로 기회만 생기면 즐기는 생활의 일부라는 설명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문화에 더해 온천이라는 요소에 단순히 잠자리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오랜 세월 편안한 휴식과 다채로운 음식, 특화된 서비스로 특별한 매력을 가진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료칸은 일본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들러보고 싶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는 43,400여개의 료칸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앞으로 몇 개의 온천 마을과 료칸을 방문해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일본 방방곡곡에 있는 온천과 료칸에 대한 이토록 충실한 가이드가 있는 이상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하거나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음에 감사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 있는 온천 이용 방법을 제대로 숙지한 채 멀지 않은 시간에 다시 한번 온천을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