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설계자 - 옥스퍼드대 교수가 전하는 프로젝트 성공의 법칙
벤트 플루비야.댄 가드너 지음, 박영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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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와는 무관하게 어떤 프로젝트이든 일정이나 예산이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크게 초과됨으로써, 그 결과가 최초의 비전과 크게 달라질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이는 기획(planing)과 수행(delivery)이라는 두가지 단계를 거쳐야 할 프로젝트의 전체 과정 중, 기획 업무를 단순히 순서도를 그리는 수준으로 소홀히 여기고 수행의 단계로 성급하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기획의 단계에서 모든 복잡한 문제들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프로젝트를 진정 현실화 시킬 수 있을 만큼 자신만만한 로드맵을 갖추고 수행 단계로 진행한다면 효율적이고도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완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생각하고 천천히 행동하는 프로젝트, 다시 말해 기획을 소홀히 한 채 빠른 수행과 완료만을 추구한 프로젝트는 극적이든 평범한 것이든 어떤 변화에도 쉽게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안일하게 열어둔 창문으로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하는 블랙스완(black swan)을 불러들이게 되고 그로 인해 고장-수리 사이클 (break-fix cycle)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들어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천천히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충분한 기획의 단계를 거쳐 리스크를 최소화 한 수행의 단계는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고 그렇게 프로젝트의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뭐가 들이닥칠지도 모를 열려있는 창문을 일찍 닫아버리는 것이다.



이상적이고 어쩌면 상식적이기도 한 이런 방법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다. 이는 근거없는 낙관주의에 빠져 현실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이상적인 실행 시나리오만을 예측하거나, 본인만의 협소한 초점에 갇힌 직관적 결정을 맹신하는 심리적인 원인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자본과 권력이라는 이해관계까지 더해진다면 관련된 모든 이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벌이는 정치적 성격의 게임에 의해 프로젝트의 실행은 그 자체의 성공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돌이킬 수 없는 돈, 시간, 비용의 매몰을 불러오게 된다. 결국 자신이 가진 지식의 범위 안에만 갇힌 채 과거의 경험을 무시하고 내리는 성급한 결론은 명백한 프로젝트의 위험을 간과하게 만드는 것이다.

올바른 기획을 위해 천천히 생각한다는 의미에서의 '느림'이란 다방면에 걸친 고민들에 대한 질문과 대답의 과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산물이어야 한다. 프로젝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그 성공을 위한 첫걸음은 해당 프로젝트의 목적과 이유를 우선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는 기획 단계의 활용도구인 순서도에 있어, 최종적인 결론이 위치한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을 향해 역순으로 사고함으로써 목적지를 시야에서 놓치고 길을 잃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생각한다는 사고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기획은 정적이거나 추상적인 작업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프로세스가 되어야한다. 요컨데 실험과 경험이라는 단어의 어원으로서의 라틴어인 엑스페리리(experiri)의 개념을 담은 작업으로, 수행의 단계로 돌입하기 전 세심하고, 철저하고, 폭넓은 실험을 반복하여 수행 단계를 순조롭고 신속하게 만들고 또 발생될 수 있는 미지의 리스크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기획단계의 중요성을 픽사의 방식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또한 기획 업무는 냉동 보관된 기술적 경험과 직접 체험하여 느낌으로 체득한 냉동되지 않은 생생한 경험 모두를 최대한 활용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결정자의 이해관계가 모든 것에 앞서거나 어떤 면에서 '최상급'이라는 지위를 얻고자 하는 욕망에 빠져 경험에서 얻어지는 훌륭한 판단의 가치를 외면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것이다.



모든 프로젝트는 나름의 고유성을 갖고 있을 수는 있으나 대부분 유일무이 하거나 절대적일 만큼의 특별성을 갖지는 않는다. 다시말해 이 프로젝트도 다른 여러 프로젝트들 중의 하나 일 뿐이다. 이렇게 '특수성 편향' 심리를 극복하고 과거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참조집단을 통해 예상비용과 일정의 기준을 정하고 현재 프로젝트의 상황에 맞춰 그 기준을 조정하고 예측한다면 실행 중에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많이 감소시킬 수 있다.

이렇게 기획의 단계에 공을 들이는 만큼 중요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제때 마무리할 훌륭하고 유기적인 팀이다.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향하는 버스에 경험이 많은 적절한 사람들을 태우고 또 그들을 적절한 좌석에 앉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프로젝트의 수행에 목적의식과 소속감 그리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지속적으로 사기를 높이고 개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방안으로 모듈화의 위력을 말한다. 프로젝트를 단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조각들을 빠르게 제작하고 조립하여 빠르고 큰 프로젝트를 완성해내는 모델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듈화는 규모와 속도가 필요한 프로젝트에 있어 혁신적인 성공을 이루어 낼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훌륭한 프로젝트 리더를 위한 열한가지의 휴리스틱(heuristic)을 알려주며 책을 마무리한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프로젝트 설계자의 성공을 위한 조건은 천천히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천천히 생각하는 과정 중에 실행하고 반복한 수많은 실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기획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정해진 기한과 예산 범위 내에서 빠르게 끝냄으로 블랙스완이 찾아오기 전에 열려있는 창문을 빨리 닫아버리는 것이다.

'프로젝트 설계자'는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해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자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들,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한 수행의 방법론에 대해 논하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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