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임진평.고희은 지음 / 인지니어스스토리이목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2024.03.29~ 2024.04.07 (269P)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음악에 관련된 책들에 관심이 많아 나름대로 많이 섭렵해 오며 개인적으로 갖게 된 편견은 리스너로서의 저자가 쓴 에세이나 소설 등은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공간은 A라는 곡이 흘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라든지, 등장인물인 누군가는 유명했던 뮤지션인 B의 느낌을 갖고 있다~라거나, 그의 인생스토리는 마치 C라는 곡의 가사와 닮았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운 좋게도 내가 그 모든 곡과 가수를 쉽게 떠올리며 동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글일수도 있겠지만, 듬성듬성 알거나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내가 뭘 읽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이렇게 관용적으로 인용되는 것임에도 나는 모르는건가 하는 찜찜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음악이 관련된 제목이 보이면 늘 관심이 가고 언젠가는 하는 마음으로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곤 한다.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에 손이 간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제목만 보고 어느 LP가게 주인이 가게를 운영한 경험담을 풀어놓은 흔한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장편소설이었다. 소설이라면 앞서 이야기 한 개인적인 우려가 더욱 커지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LP가게인지라 음반과 곡에 대한 인용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런 내용들이 차지하는 분량은 적고 부차적일 뿐, 두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 자체가 재미가 있다.


아는 사람은 아는 밴드 ‘두 번째 달’의 아이리시 프로젝트 밴드와 함께 아일랜드로 떠나 그들과 함께한 음악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임진평 작가와, 메탈리카의 사인 LP를 비롯한 소장 음반들을 최고의 재산이라 여긴다는 고희은 작가.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비범한 이 두 사람의 합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함께 써 내렸고 또 각자의 비중이 얼마만큼인지 집필 후기가 궁금해졌다.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는 병립할 뿐, 인물들 간의 관계가 갈등을 겪다가 해소되는 전형적인 문법의 소설은 아니다. 차분한 분위기임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즐거움이 있다.


상실의 고통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LP 가게에 모여들었던 것은 음악 자체가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내가 버리지 않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유형적인 것에서 무엇인가 잃어버린 공허함을 조금이나마 채우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갖은 부조리와 악의를 가진 자들로 인해 상처 입은 그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고 쓰다듬어 가는 과정 속에서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는 곳이나 기대하지 않던 상황에서 연대와 공감, 그리고 사랑의 힘을 보내주는 누군가가 아직 존재한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어준다.


아직도 몇백장의 LP와 CD, 카세트 테잎들을 짊어지고 사는 나에게는 친근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스포일러가 될까 많이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PS. 깨우침을 얻었다..



# 장편소설 #이상한LP가게와별난손님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