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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 매일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과 마주하며 상처를 절개하고 삶을 다시 잇는 시간들
김수룡 지음 / 미류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책을 펼치기 전에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병원 근무를 꽤 오래했던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외과수술의 가장 반대편에 있을법한 정신과 의사가 수술을 한다는 말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치열하다는 말이겠지.
실제로 눈앞에서 피가 튀고 골든타임 안에 장기를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면 너무 웹툰스럽잖아..
이런 다소 고루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사실 의사들이 쓴 책들은 대부분 에피소드 위주가 많아서 독자는 본인의 경험과 접점이 많을수록 더 몰입하고, 반대인 경우 그저 관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한 환자들과의 상담내용, 치료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설명, 이 책도 큰 흐름으로 보자면 비슷했다. 마치 바로 옆에서 진료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한 에피소드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 사랑]
괌의 작은 식당에서 한국 신문을 통해 마주한 환자의 부고.
표면적으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노년의 고립과 불행한 노후에 대한 기사였으나 주치의 입장에서 볼 때 단순한 고독사가 아니라 이면에는 아픈 배경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젊은 시절 만나 부부가 되고 한 몸처럼 살아온 이들에게 찾아온 비극. 10년의 간병과 이후 본인에게도 찾아온 병환으로 인해 결심한 동반자살, 그리고 실패. 에피소드가 담긴 7페이지가 주는 삶의 무게는 글을 읽는 내게도 먹먹하게 전해졌다.
신문을 접으며 나는 깨달았다. 죽음에 대한 완벽한 준비는 현실을 잘사는 것이라고. 그분처럼 사랑으로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죽음의 준비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진짜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83p
죽음이라는 렌즈를 통해 삶을 바라보니, 삶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무엇이 단지 잡념인지가 명확해졌다. 역설적이게 죽음을 받아들이자 삶이 더욱 생생해졌다.
89~90p
이후 다른 에피소드에도 죽음에 대해 꽤 자주 거론되는 게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어떤 진료과목보다도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닥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러 온 환자의 숨어있는 말뜻을 찾아서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무겁게 느껴졌다. 연속선상에서 보면, 환자에게 병을 치료하는 길로 제대로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저자가 ‘정신과 의사의 수술’이라고 부른다는 표현이 왜 이 책의 제목이 ‘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정신과라는 높은 마음의 문턱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먼저 접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막연히 다가가기 어려웠던 정신과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미류책방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미류책방 #김수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