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약의 탄생 - 한 조각씩 꺼내 보는, 14가지 약 이야기
김효정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약의 탄생
저자 김효정
출판사 반니
진짜가 나타났다.
병원에 오래 근무하기도 했고 평소 먹던 약이 있어서 이번 서평단 모집에 남다른 욕심이 났다. 사실 환자들이 처방받은 약을 질문할 때마다 묶음처방으로 약속된 약들을 처방하는 의사들은 우물쭈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내가 근무한 병원은 대부분 그랬다). 그럼 눈빛은 바로 나에게로 향했다. 간단히 검색해서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애매하거나 영모르는 약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아는 약사님에게 연락을 해서 상세하게 안내를 받아서 환자에게 전달했다.
난 레퍼런스가 약한 자료는 잘 신뢰하지 않는다. 뭐 논문이나 저널이라고 꼭 정확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마저도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는 남들, 특히 환자에게 안내하기는 찜찜했다.
책 목차를 보면 총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고통과 감각, 2부 생존과 공포, 3부 욕망과 균형으로 해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을 예를 들어 설명이 되어있다.
평소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약을 먹지 않는 성격이지만 외출이 어려울 만큼 머리가 깨지는 날에는 타이레놀을 챙겨먹고 있기에 1부부터 집중해서 읽어보았다. 요즘 타이레놀은 물 없이도 입안에 털어넣고 먹을 수 있는 가루형 제품도 있고 밤에 수면을 도와주는 성분이 추가된 제품도 나오기에 소비자들이 점점 더 쉽게 선택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친숙한 이 약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실질적인 대사과정까지 상세하게 다루어져 있다. 이제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약, 그래서 과다 복용의 위험이 큰 타이레놀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는 첫장부터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부분은 시간이 순간 삭제된 잠, 프로포폴에 대한 내용이었다.
최근까지도 꽤 사고가 많은 약물이고 내시경이나 간단한 시술을 할 때 흔히 사용하는 약이기에 더 집중해서 읽어보았다. 투여 후 단 30초만에 의식의 단절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를 환자들은 ‘잘 잤다’라고 착각할 수 있기에 ‘잠을 잘 수 있는 주사’로 알려져 있는 약이다.
이 약이 연구중 우연히 발견되었고 우리가 흔히 ‘우유주사’라고 알고 있는 것은 프로포폴이 물에 녹지 않은 지용성이어서 대두유와 난황레시틴을 섞은 에멀전에 가두었기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병원 수술실에서 프로포폴 앰플을 깨면 나는 그 냄새가 일정부분 기름성분 때문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포폴에 의해 잠이드는 것은 엄밀히 말해 수면이 아니라 ‘의식의 차단’에 가깝다는 것이다. 진짜 피로를 회복시키는 잠이 아닌 것이다.
병원에 근무하다보면 질병 때문이 아니라 피임약을 처방받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된다. 피임약은 처방이 없어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요즘 창고처럼 큰 공간에서 쌓여있는 약들을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도 있다. 피임약은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런 피임약이 제작된 역사와 피임이 가능하게 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세대별로 상세히 나와 있어서 일반인이 보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재 피임약을 복용중이거나 복용예정인 경우 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마법의 탄환’이라 불리는 항생제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 부비동염만으로도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지금은 폐렴조차 ‘독한 감기’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놀라운 효과의 항생제를 우리는 현재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이 사실이고 세균은 순식간에 ‘내성’을 키우며 진화해서 신약을 개발해도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게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이밖에도 현재 남용되고 있는 비타민, 체중조절제, 우울제 등등 버릴 것 없이 알찬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서 늘 책상위에 두고 궁금할 때마다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약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고민없이 쉽게 먹는다. 그런데 지침이 부족하다. 이게 어떤 약이고, 얼마나 주의해야 하고 어떤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정보를 알기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교과서가 없는 것이다. 이런 약의 혼란기에 [약의 탄생]이라는 책은 나침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 먹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