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까, 먹을까 -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황윤 지음 / 휴(休)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시절, 친구 한 명의 별명이 오팔이었다. 그 친구는 그렇게 살집이 많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불리었다. 돼지 아이큐가 58이라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었다. 좋은 의미로 붙여진 닉네임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렷다.

 

개의 지능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여기서 개와 돼지의 아이큐를 가지고 더 논하고 싶지 않지만 한 가지만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개보다 돼지가 영리한 동물이라는 것을...

 

그런데, 사람들은 개를 돼지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다. 개도 보신탕이란 이름으로 주로 어르신들로부터 사랑받기도 하지만, 반려견이란 이름으로 더 우리와 친근한 동물인 건 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돼지는 죽여서 잡아먹는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기는 하다. 그게 삼겹살이든, 족발이든, 보쌈이든, 김치 찌개든, 만두든... 심지어, 고사상의 주인공이든...

 

나는 왜 돼지고기를, 소고기를, 닭고기를, 먹지 않을까?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 살면서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많이.... 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그걸 다 얘기하자면 나도 책 한 권을 써야하기에 간단히 말하겠다. ,돼지가 불쌍해서... 이다.

 

10년 전, 공장식 축산으로 오염되고 학대받은 '시체 고기'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단 한 번도 입에 대지 않는 '혐오(?) 식품' 이 되었다. 이걸 의식의 과잉이니, 감정의 오바질 이라고 볼 수 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나는 지금까지 그 기조를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켜오고 있다.

 

과거, 육고기(,돼지,,개 등등) ‘덕후였던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대견한 이 편식(?)의 습관이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성과 감정의 교집합이 워낙 옹골차게 날줄과 씨줄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이성의 힘은 이론과 논리이다. 그 논리를 만들어 주는 데 책만한 도구가 없다.

 

그래서 또 한 권의 책을 읽는다. 기해년 돼지해에 돼지에 관한 책이다. <사랑할까, 먹을까> 라는 제목이다. ‘돼지,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 식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살자, 오케이?” “먹는 거, 가리는 사람, 별로야.” “아무거나 골고루 잘 먹는 게 최고야. 왜 그리 까탈스러워? 제발 유난스럽게 굴지말자구, ?”... 익숙한 반응들이다.

 

사람은 자기와 다른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거부감, 적대감이 있다. 그것이 피부 색이든, 종교든, 정치 이념이든, 성적 취향이든, 식습관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하게 우리가 마주하는 대인 관계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고 이 지구에 살아남았다. 그걸 알기에 나의 식성에 대해 왈가왈부 입을 대는 지인들에 대해 그닥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그런 육고기를 멀리하려는 사람에 대해 동지적 유대감을 가질 수 없는 분들 중에서 혹시라도, “도대체 저 인간들은 왜 그토록 집요하게 나와 다른 식성을 고수하려 하는가?” 라는 의문에이 들어서 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 성령이 임한다면 나는 이 책, <사랑할까 먹을까>를 추천하고 싶다.

 

책 갈피 어디를 펼쳐봐도 허투루, 소홀히 글을 써내려간 곳을 발견하기 어렵다. 어디를 봐도 사람과 이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엑기스가 담긴 글로 넘쳐나고 있다. 저자 황윤의 직업은 영화 감독이다. 그렇지만 글 솜씨 또한 매우 빼어나다. 기교보다는 진심이 담긴 담백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글쟁이 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마음을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작가이다.

 

살면서, 일상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내가 당연시 하고 있던 것들이 어떻게 이 자리에 와 있는지, 조금이라도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불편함이 오히려 위로와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사랑할까, 먹을까>를 통해 오기를...

먼저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강추해 본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한 마디를 남깁니다.

내 인생은 그 구덩이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뉘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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