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시집 같은 제목을 가진,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동화이다.
너무나 훌쩍 읽히지만, 마음의 여운은 오래 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일본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흠뻑 빠져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단순하지만, 인생의 참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동화는 두껍거나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이 몇 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들의 가슴 한켠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은 힘없고 갓 세상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등나무 새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속설에 의하면 소원해진 연인과
부부관계의 회복하는 방법으로, 호주머니나 베게에 등나무잎이나 꽃잎을
말려 넣어두는 것이란다.
몇 달전 결혼을 한 나에게는 이러한 속설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세상에 모든 것들은 혼자서 외롭기 살기보다는 친구와 사랑하는 이를
만들고, 그들과 헤어지는 것을,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처럼 아파한다.
우리들은 강하면서도 약하디 약한 존재들인 것이다.
등나무 새싹도 처음에는 햇볕을 쐬는 것초차 힘들어 하던 작은 생명체
였다. 오롯이 혼자였고, 가끔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진실의 음성밖에
그의 안부를 궁금해 하지 않았다. 강한 햇볕과 바람에 힘들어 하는 새싹은
그냥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햇볕 보기를 포기한다는
거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p22 포기한다는 것, 햇볕을 피해 달아난다는 것,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
꿈을 꾸지 않는 다는 것,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지만
나는 몰랐던 것이다.
몇장 읽어내려가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살아
숨 쉼에도 불구하고, 꿈을 잃어가고, 길을 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히 안주하고, 모험을 피하기 시작했던 나의 모습이 등나무
새싹에게 겹쳐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새싹은 햇볕을 받고 시련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비록 더 큰 시련이
닥쳐서, 다른 나무처럼 하늘로 곧게 자라지 못하고, 지렁이처럼 옆으로
기어가며 가지가 땅위로, 옆으로만 자라게 되었지만 새싹은 다른 풀들이
자신을 비아냥 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묻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느 누가, 자신에게 역겹게 생겼다고 손가락질 하는데 상처 받지
않겠는가! 매일 눈물짓고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등나무는
언젠가 하늘 높이 자라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성장의 과정을 보냈다.
그렇게 외롭게 여행을 하던 등나무는 드디어, 낯선 도시에서 자신과 똑같이
땅을 기며 자라는 나무를 만나게 된다. 두 나무는 첫 눈에 서로의 운명임을
확인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비가오나 어둠이 내리나, 서로의 손을
잡기 위해 다가간다. 그렇게 애타하며 만났던 둘은 서로의 몸을 껴안고
사랑에 감사하며 자라기 시작했다. 드디어 땅을 기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하여 자라고, 잎사귀를 만들고 꽃도 탐스럽게 피운것이다.
그러나 둘의 마음속에는 이상하게 허전함과 쓸쓸함이 자리잡곤 했다.
꽃이 피면, 내가 피웠다고 싸워대기 일쑤이니, 꽃들은 시들시들 떨어지고
말았다. 부모가 싸우면 자식들도 슬프다는 이야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움이 있는 곳에서 행복이 자라기 어렵겠지..라는 생각도..
이렇듯, 첫눈에 서로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난 그 어느날에
둘은 다시 떨어져서 살아가자고 선언한다. 눈물을 떨구며 서로의 몸을
내려다 보았을때야, 둘의 몸이 하나의 몸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동화이다.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게요.
정말이지, 너무나 감동적이고 따뜻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라
생각한다. 책꽂이에 곱게 넣어두고 자주자주 펴 보아야지..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