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법체계의 관점에서 동화 속 인물들의 행동을 평가한다면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빨간 모자의 할머니를 먹어치운 것으로도 모자라 빨간 모자를 잡아먹기 위해 할머니 분장을 하고 침대에 누워있던 늑대는 살인 및 살인 미수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순항제를 위해 공양미 300석을 대가로 심청이를 인당수에 빠뜨린 선원들은 인신매매 및 자살 방조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어의 소송>에 등장하는 피고인 에일과 <선녀를 위한 변론>의 피고인 선녀는 각각 어떤 형벌을 받게 될까?<선녀를 위한 변론>은 동화를 각색한 미스터리 법정물 <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 귀여운 강아지들이 활약하는 코지 미스터리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와 <모서리의 메리>,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또 다른 형태의 악을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을 엮은 중단편 소설집이다. 다섯 편 모두 미스터리 장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각 하위 장르의 개성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코스요리를 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며 본인 취향의 미스터리 장르를 확인하기에 적합한 책이었다. <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으로 입맛을 돋우고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와 <모서리의 메리>로 배를 채운 다음,<알렉산드리아의 겨울>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을 후루룩 끝낼 수 있으니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맛있는 미스터리 소설집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