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나 또한 아내가 우리 가정의 경제를 담당하고, 내가 집안에서 집안일에 좀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결혼 후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고, 주말에 일을 하는 내 직업의 특성상 집안일에 조금 더 신경쓰는 내가 안사람이 되었고, 아내가 바깥사람이 되었다.
결혼 전까지 나 역시 집안일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혼 후, 아니 결혼 후에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 세끼 식단을 고민하고 장을 보고, 매일 해야하는 일들을 하면서 엄마의 고마움과 가족의 일이 엄마에게만 집중되었다는 매우 차별적인 일들이 수십년간 일어났었구나를 깨닫게 되었었다.
이 책의 저자에게도 느낄 수 있듯이,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 위주로 가정이 돌아가고, 경제생활을 하지 못한 사람은 사회적 정체성을 안정화하는 것이 쉽지 않고 주눅들기 쉽다. 특히 남자가 경제활동이 없고 집안인을 하게 되면 더 그렇다. 이 책은 왜 그런지를 알려주는 페미니즘에 관한 도서는 아니다. 그저 자기가 느낀 감정을 에세이의 형식으로 풀어나갈 뿐이다. 어쩌면 창피하고 내새울 수 없는(그래서 이상한) 일들을 이렇게 용기(?)내어 기록함으로 인해 가정에서 남자의 역할, 여자의 역할이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가정에서 여러 영역들을 나누어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항변하는 듯 했다.
연하, 남편, 주부... 남편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목부터 깨보려는 듯한 거창한 시도와는 달리 매우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지만 그 안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 역시 고정적인 성역할로 서로를 옭매고 있진 않은지 살펴볼 수 있는 유쾌하고 재밌지만 결코 가볍게만 넘길 수 없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