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학살 -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현대의 지성 94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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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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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 영원한 내부고발자의 고백
신평 지음 / 새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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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을 향해 '영원한 내부고발자'가 온몸으로 쓴 비망록

'
사법부 돈봉투 수수 사건'을 밝힌 신평 교수는 최초로 법관 재임명에서 탈락한다. 이후 그는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는 책에서는 로스쿨 부정 입학 의혹을 폭로함으로써 전국 법전원 교수들의 공적이 되었으며, 동료 교수의 성매매 비리 전력을 밝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게 된다. 믿었던 지인들의 배반, 자신을 향한 음모, 진실이 통하지 않는 법정 이 모든 것들은 그에게 큰 좌절을 안겨준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였으나, 법조계 카르텔은 공고했다. 이 책은 신평 교수의 외로운 투쟁을 담은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단순히 사법부의 치부를 들춰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신 교수는 여러 번의 좌절에 신앙과 가족애를 딛고 일어선다. 좌절과 극복의 반복신 교수가 법정 싸움에서 패배했음에도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책을 통해 느낀 신평 교수의 가치관은 나에게 큰 귀감이 됐다. 동시에 나라면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또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패한 구조에서 양심을 지키다

 

첫째 로스쿨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

둘째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라.

 

그러나 나는 그 조언을 무시했다.

..(중략)...

나는 평생 그렇게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지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어쩌면 내 정체성의 본질을 구성하는지 모른다.

-347p-

 

신평 교수의 신념이 그를 역경으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보수적인 집단에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인가. 이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과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특히 법조계와 같이 보수적인 집단 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 곳에서는 자신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를 포기할 수 있을 만큼의 확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신평 교수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용기를 지닌 인물이다. 비록 법정 싸움에서는 졌지만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를 존경한다.

책의 마지막, 신 교수의 땅은 소박하고 진실하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땅처럼, 우리의 사회도 진실하고 소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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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새움 세계문학전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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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책에서 느꼈던 독특한 우울함을 잊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얼마나 절망스러울 수 있는지, 그 끝을 파고드는 책이 인간실격이라면
사양은 절망과 우울함 속에서 희망을 찾는 책.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왔다.

이 소설은 일제 전후 몰락한 귀족 집안 구성원인 가즈코, 가즈코의 어머니, 남동생 나오지의 이야기다. 셋은 기존에 누리던 것을 잃은 채 살아가는데, 상황은 어머니의 병증세가 악화되며 더더욱 절망으로 치닫는다.

예수가 이 세상의 종교가, 도덕가, 학자, 권위자의 위선을 폭로하고,
...
나의 이번 경우와도 전혀 무관계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
-154p


이런 상황에서 가즈코와 나오지는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된다. 나는 이 둘의 결정적 차이가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둘은 비슷한 정도로 불행했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할 구원자가 있었다. 가즈코에게는 우에하라 씨가 그것이었고, 나오지에게는 우에하라 씨의 부인이 그것이었다.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부인과 대면함으로써 자신의 양심과 마주했다. 가즈코는 양심과 사회적 평판을 버리고 사랑을 택했다. 이를 인정하고 표현함으로써, 가즈코는 절망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을 찾았다. 우에하라라는 존재 자체가 가즈코에게 큰 의지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에하라를 사랑하고 이를 인정하는 것, 즉 위선을 버림으로써 가즈코는 새 삶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나오지의 경우는 달랐다. 우에하라의 부인을 사모했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나오지의 '양심'(선천적인 양심이 있다면?)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적 평판에 관심없다는 듯 행동했지만, 그의 내면 한 구석에는 언제나 태생적 우월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는 나오지로 하여금 그의 내면에 솔직하지 못하게 했고, 결국 그는 절망을 이기지 못했다.

인간실격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위선'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의 내면보다는 사회적 평판을 택할 때가 많다. 나또한 그렇다. 그러다보니 나의 본질적 자아가 사회적 기대로 점철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138p


가즈코가 말하는 사랑은 나의 욕구, 혁명은 사회적 비난에 맞설 용기가 아닐까.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 이는 나에게 비극이다.
이 책이 나에게 주는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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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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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힘든 일이 겹쳐서 책을 읽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읽게 된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잔잔하고 따뜻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정이 들었던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유세풍은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돌보는 '심의'다. 세풍은 은우와 함께 사람들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상처를 보듬는다. 이 책은 등장인물 개개인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돼.
이제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 378p


책의 배경은 조선이지만, 이 시대 사람들의 상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아픈 경험과 상처가 있다. 정도는 달라도 제각각의 이유로 힘들고, 때때로 불행하다.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타인과 공유하고, 위로받음으로써 치유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 위로의 가치를 떠올려보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위로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털어놓는 것과 들어주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이 책에 여러 인물의 아픈 사연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나에게 힘이 될 때가 있다. 타인의 경험을 마주하며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간 세풍처럼,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개인이 맞닥뜨린 고통을 보듬어줄 수 있는 심의들처럼, 지금 사회에도 이런 따뜻함이 남아있으면 한다.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그런 감수성을 간직한 사회를 꿈꾸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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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증보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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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알베르 카뮈의 책 이방인, 아주 유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사실 해외 작가가 쓴 책들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읽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읽은 이방인은 마치 국내 작가의 소설처럼 잘 읽혀서 하루 만에 완독했다. 우선 번역해주신 분께 감사를,,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인간의 자기모순과 주인공 뫼르소의 무력감', 나는 이것이 1부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마치 동일종인 듯 보이면서도 서로를 미워했다.
-47p 


이 문장이 1부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살라마노와 그의 개를 보고 뫼르소가 한 생각이다. 뫼르소의 이웃인 살라마노는 자신이 키우는 개를 학대했다. 그러나 1부 후반부에서 개를 잃어버린 후 쩔쩔대고 눈물을 흘리는 살라마노를 보고 있자면, 그가 자신의 개를 사랑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 살라마노는 자신의 개를 싫어하면서 동시에 사랑했던 것이다.

뫼르소의 또다른 이웃인 레몽도 감정의 모순을 보여준다. 레몽은 한 여성을 사랑한다. 그 여성이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한 레몽은, 그녀를 폭행하고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려 했다. 레몽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그녀를 미워했다. 사랑과 미움, 정반대인 두 가지 감정의 공존, 인간 감정의 모순을 레몽과 살라마노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건 아무 의미도 없지만
그런 거 같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59p 

 

만일 몇 달 후에 그곳에서 나오게 했다면, 그때도 아마 엄마는 울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습관 때문에
-20p

뫼르소는 늘 담담했다. 나는 그의 이런 특징이 자기 모순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뫼르소는 심지어 자신이 '원한다고 느끼는' 여성에게 마저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거부했다. 또 그는, 집을 떠나 요양원에 가게 된 어머니가 우는 이유를 감정에서 찾기보다, 습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봤다. 뫼르소는 자신이 느끼게 될 모순이 두려워서, 감정을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고 이를 회피하고 거부한 것이다.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는 뫼르소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적극적인 행동은 대체로 감정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므로 뫼르소는 이를 거부하고, 결정하는 것을 꺼렸다. 한마디로 뫼르소는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선택권을 그 자신으로부터 박탈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뫼르소는 평화를 느꼈다. 물론 이 평화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한 기반 위에 마련된 것이었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은 것이었다.
-89p

1부 막바지에 이르러, 뫼르소는 순간적인 충동을 느꼈다. 살인이었다. 뫼르소는 이것이 어리석은 짓임을 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는 뫼르소가 자발적으로 실행한, 욕구가 이성을 지배한 순간이었다. 그는 부여잡고 있던 평화를 놓아버렸다.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침묵을 깨뜨려버린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뫼르소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1부는 끝이 난다.

 

누구나 결국 모든 것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라고.
-110p

2부에서 주목할 점은 뫼르소의 심경 변화이다. 초반에는 그의 육체와 달리, 그의 정신은 구속받지 않았다. 그는 감옥 밖의 생활을 갈망했다. 하지만 뫼르소는 탈출 욕망과 그를 억압하는 환경의 괴리를 참을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모순으로부터 회피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느낀 뫼르소는 이후로 오로지 죄수의 사유만 했다. 그는 감옥 생활에 익숙해져 주변 환경과 자신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기를 기다렸다.

이랬던 뫼르소는 2번에 걸쳐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첫 번째는 재판에서의 경험이다. 뫼르소는 지금껏 모순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변호사와 검사는 한 사건, 한 인물을 두고 정반대의 변론을 펼쳤으며, 각자만의 뫼르소를 창조했다. 증인들의 증언도 그러한데, 이런 괴리는 뫼르소로 하여금 자신이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했다. 이 깨달음은 감옥 밖에서의 추억이 뫼르소를 잠식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는 다시 바깥 세상을 원했지만, 여전히 감옥 벽은 존재했으므로 모순적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두 번째는 부속 사제와의 접견이다. 부속 사제는 뫼르소에게 내세에 대한 희망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기를 권고했는데, 이것은 뫼르소의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 뫼르소가 애써 억누르고 있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갈망은 부속 사제로 인해 분출되었다. 그리고 죽음에 걸어볼 만한 희망과 상상력을 모두 부정함으로써, 뫼르소는 예정된 죽음이라는 현실과 마주했다. 그는 욕망을 억압하여 죽음과 조화를 이루는 대신, 죽음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인정하며 죽음 앞에 섰다.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내 자신을 열었다.
-168p

뫼르소는 죽음 앞에서 비로소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과 세계의 모순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에게도 드디어 운명을 고를 특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순이 두려워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포기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또, 모든 이들은 모순적이고 심지어는 세계마저도 그렇다. 자신의 모순됨을 인정한 뫼르소는 그가 세계와 새로운 차원의 조화를 이루었음을 알게 됐다. 이로써 사회의 규범을 어긴 뫼르소는 이방인으로 낙인 찍혔지만, 동시에 그는 세계와 조화를 이룸으로써 이방인의 지위에서 탈출했다.

죽음 앞에서 삶의 용기를 얻는다는 것, 그리고 이방인이 됨과 동시에 이방인 지위로부터 탈출한다는 것. 참 역설적이다.

이 책은 나에게 삶의 역설에 맞설 수 있는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의 결말은 모두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두 가지 목적지로 인간을 인도하는데, 하나는 유한성에 굴복함으로써 죽음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예정된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 책은 두 번째 목적지의 아름다움을 뫼르소의 생애를 통해 보여준다. 죽음 앞에서 죽음을 거부한다는 모순, 결말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삶을 살아갈 용기이자 세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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