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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긴 동생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30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 사계절 / 2015년 5월
평점 :
첫째 아이가 동생을 처음 볼 때의 느낌은 엄마가 첩을 데려오는 느낌이라고 한다지...그런데 내 피붙이도 아닌 다른 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우리 집에 들어올 때의 느낌은 어떨까? 그 서운함과 충격은 제법 나이 먹은? 10살에게도 똑같나보다.
찬이의 엄마는 보육원에서 돌봐주던 6살 성주를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데려오기로 한다. 물론 데려오기 전에 찬이한테도 물어봤다. 찬이도 예뻐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막상 엄마 손을 잡고 집에 온 성주를 보니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게다가, 성주는 찬이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어릴 때 입던 옷 등등을 다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걸 본 찬이는 자기 것을 뺏긴 서운한 맘이 들기도 하고, 작아져서 또는 안 써서 그대로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다시 봐서 예전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 동일이가 말한 것처럼 성주랑 엄마랑 성이 같은 게, 정말 성주가 엄마 아들인가? 싶어 부아도 나고 괜히 신경질도 난다. 그런데 아빠한테 엄마도 고아였다는 얘기를 듣고는 엄마가 성주를 아껴주는 모습이 또 다르게 보인다. 그러던 와중에 동일이가 성주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동물원의 원숭이 마냥 신기해하며 만지려하자 성주를 지켜주기도 한다.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메면서 찬이는 성주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너무 풍족하게 자라서 물건의 소중함, 고마움을 잘 모른다고 하지. 나도 부자는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만큼은 기 안 죽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아이들도 고마움과 배려를 모르는 아이들로 키우는 게 아닌가 한편 걱정도 들었다. 내 바로 옆에 없어서 모르지만 어딘가에 성주 같은 아이들이 많이 있겠지. 나도, 우리 아이들도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을 이 책 [갑자기 생긴 동생]을 통해 접하게 돼서 참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제일 좋았던 것은 갑자기 생긴 동생을 두고 어찌할 줄 모르는 찬이의 마음이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는 점이다.
‘성주 때문에 미치겠어요. 어렸을 때 내 옷과 내 인형과 내 장화를 갖다니. 친동생도 아니면서. 저번에는 내가 여덟 살 때 갖고 놀았던 와하 박쥐를 갖고 오더니, 이번에는 장화를 신고 무릎바지를 입고 왔어요. 마치 여섯 살 때 나처럼 흉내를 내고서 말이에요. 게다가 양배추 인형까지 가지고. 이제는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큰 소리도 내잖아요.
“저 자식이 다 가졌어. 나 어렸을 때를 몽땅 다! 자기가 뭔데. 우리 집에서 아무것도 아니면서. 고아면서!”
아이들에게 자기 전에 조금씩 읽어주고 있는데 아이들은 찬이의 마음에 200%공감중이다. 성주를 갖다버리고 싶다느니 가서 안 왔으면 좋다느니 난리다. 나도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허락도 안 받고 치웠다고 뭐라 뭐라 화내던 기억이 난다. 그 만큼 아이들은 자신의 것을 남한테 주는 것이 힘든가 보다.
또 하나, 이 책에 참 감사한 것은 은근슬쩍, 아픔을 가진 아이가 녹아들어있는 것이다. 찬이의 친구, 동일이는 말을 더듬는다. 처음에는 그 아이가 주인공도 아니고 말을 더듬는 것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도 아니어서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찬이도 동일이가 말을 더듬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친한 친구로 지낸다. 그러다가 성주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가지고 싸울 때 한마디 한다.
“그러지 마! 내가 말더듬이라고 놀리면 넌 좋겠어?”
내가 이 말이 크게 다가왔던 건 우리 아이도 말을 더듬어서 그랬을 것이다. 마음대로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1학년이라 어려서 뭐라 그러는 사람이 없지만, 앞으로 친구들이랑 지내다 행여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늘 걱정하던 차였다. 아이들이 동일이의 말투가 이상해보였는지 얘는 말을 왜 이렇게 해? 하고 물어본다.
“응, 말을 더듬는 거야. 그런데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냐. 그런 친구가 있으면 그냥 끝까지 잘 들어주면 되.”하고 이야기해줬다.
말을 더듬는 큰 아이도 걱정이 되고 그런 형아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할까봐 둘째도 걱정이 되던 차였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해 줄 수 있는 계기가 생겨서 너무 감사했다.
성주의 여섯 번째 손가락도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그런 아픔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나도, 아이들도 느끼게 된 참 좋은 기회였다.
성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시 찬이의 집에 올 수 있을까? 꼭 다시 왔음 좋겠다. 책을 다 읽어주고 성주를 미워했던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