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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속에 사는 악어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12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위기철 선생님의 동시집이 나왔다. 지난번에 초록고양이를 아이들과 함께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에는 동시집이라니 반갑다. 역시 이번 동시집에도 선생님 특유의 리듬과 운율이 잘 살아있다.
아이들과 그림책은 같이 많이 읽었지만, 웬지 동시는 어색해서 잘 읽어지지가 않았다. 이 책의 동시들은 어떻게 보면 짧은 이야기 같기도 하고 동시 같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온 동시 중 많은 것들이 선생님이 잠자리에서 딸에게 엉터리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백한 번째 토끼
토끼야, 토끼야,
용궁에 온 토끼야,
네 간을 먹어야 내 병이 낫는다니
간을 빼어 내게 다오.
용왕님, 용왕님,
용궁에 사는 용왕님,
제 간을 빼어 드리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간을 빼어 바위 위에 널어 두고 왔어요.
토끼야, 토끼야,
거짓말쟁이 토끼야,
여태까지 용궁에 잡혀 온 토끼 백 마리가
모두 너랑 똑같이 말하더구나.
너는 백한 번째 토끼란다.
이런 식이다.^^.이렇게 옛 이야기를 비틀어 놓은 것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참 재미있어했다.
[가래떡(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곳감(곳감과 호랑이)], [이게 웬 떡(혹부리 영감)], [한발 늦었어(금도끼 은도끼)] 등...
엄마 입장에서 이 동시집이 참 마음에 드는 건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부드럽고 재미있는 동시로 풀어놓은 점이다. [맛있게 밥 먹기], [젓가락질 배우기], [졸음이 오는 이야기], [짜증날 때 읽어봐], [잠자기 싫을 때 읽어 봐], [울고 있을 때 읽어봐]는 아이들에게 빨리 자라고, 밥 빨리 먹으라고, 짜증 그만내고 그만 울라고 다그치는 대신에 읽으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게 해 준다.
또 잔소리 대신에 읽어줄 수 있는 시 들도 있다.
돼지가 내 방에 들어와
돼지가 내 방에 들어와 꿀꿀꿀
이렇게 더러운 방에서는 꿀꿀꿀
낮잠을 잘 수 없어 꿀꿀꿀
차라리 우리 집이 더 깨끗하겠어 꿀꿀꿀
돼지우리로 돌아갔다네 꿀꿀꿀
시궁쥐가 내 방에 들어와 찍찍찍
이렇게 어수선한 방에서는 찍찍찍
새끼를 낳을 수 없어 찍찍찍
차라리 우리 집이 더 깔끔하겠어 찍찍찍
시궁창으로 돌아갔다네 찍찍찍.
돼지랑 시궁쥐도 싫어하는 내 방. 방 빨리 정리해~!라고 잔소리 대신에 이 시를 읽어주면 절로 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신발 속에 사는 악어], [버릇없는 아이는], [음식 좀 흘리지 마!], [나비 한 바리 잡았을 뿐이라고?], [너희 집이 어디니?], [나는 누구일까?],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 이야기] 등이 있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교훈도 동시로 재미있게...[누가 더 행복할까?], [남의 탓], [참견쟁이], [한 가지 일이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참 요모조모 쓸 데가 많은 동시집이다. 아이들과 한번 쭉 읽은 다음 에는 필요할 때마다 한편씩 꺼내 읽어도 좋고, 자기 전에 엉터리 얘기 한편 씩 읽으면 잠도 잘 올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부드럽게 잘 풀어주셔서 선생님께 참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