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의 란희는 술집에 나가는 언니와 함께 산다. 언니가 점점 나이를 먹게 되니 일하는 가게도 달라지면서 서울에서 지방으로 자연스레 내려가게 되고 정착하게 된 곳은 지방의 어느 소도시... 당연히 란희 언니의 직업은 금세 소문이 나고 란희에게도 그 굴레가 씌인다.아무렇지 않게 란희를 성추행하는 담임교사, 그 장면을 본 후 란희를 끌고와 미칠듯이 탐하는 민서형...삶에 지친 란희는 그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 후 민서형과는 수시로 관계를 가지게 되고 시시때때로 남자친구처럼 집착하고 돌변하는 그에게 어느 정도 기대기도 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사실 민서형은 첫눈에 란희에게 반했지만 일그러진 감정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19살의 소년... 가장 좋아하는 시계를 그녀에게 주고 생활기록부에서 뜯어낸 사진을 지갑 속에 품고 다닐 정도로 란희를 사랑하지만 서툴고 삐뚤어진 표현만 한다.갑갑한 현실 속을 살아가는 란희의 유일한 탈출구는 시외버스터미널. 떠날 수는 없지만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을 때 찾아가서 하염없이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는 곳이다. 란희를 둘러싼 주변 상황도 하나같이 우울한데 남편에게 맞고 사는 옆집 필리핀 여자, 옆집 유부남과 살림 차린 언니 등등 하나같이 현실 속에서 지치고 탈출하고 싶은 상황을 맞닥들일 때 란희는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바라본다.여러가지 사건 사고를 거친 후 지친 란희는 언니 곁을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집을 나와버린다. 란희에게 돌아오라고 외치던 언니는 결국 자살을 하고 미련이 없어진 란희는 민서형의 집 우편함에 박스를 두고 떠나며 지긋지긋했던 이 도시와의 인연을 끊어낸다.란희가 도시를 떠난 후 작중 시점은 8년이 흐르는데 어느 저택의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원래 종교에 귀의해 수녀가 되었었지만 신부와의 추문이 터져 수녀원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메이드로 일한지 5년 후의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욕망에 충실하다. 란희에게 엄청난 집착과 소유욕을 보이는 민서형부터 각자의 욕망에 매우 충실하고 솔직한 저택 사람들까지 욕망이 이글이글해서 사실 읽을 때 기가 빨리는 감도 있다능.예쁘긴 하지만 대단한 미인까진 아니고 색기와 남자들이 가만두고 볼 수 없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란희에게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민서형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란희의 삶도 매우 피곤하다. 란희를 짝사랑하는 저택의 막내 도련님, 남자의 기능을 하지 못하나 란희를 탐했던 신부 등등...민서형과 저택에서 재회하며 그녀의 잠시간 평온했던 인생은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란희에게 집착과 소유욕, 가감없는 욕망을 여실히 드러내는 민서형과 함께 하기로 하지만 그들에게 장밋빛 미래는 없다. 함께 살지만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관계를 인정받은 것도 아니며 그저 함께 할 뿐... 주어진 현실을 살아간다. 이 작품에서 다른 소설 에필로그마냥 달콤한 미래가 그려졌다면 더 이질감만 들었을 거다. 이 결말이 지독하게 어울리는 소설임.란희를 사랑하면서도 상스런 말과 더러운 소리만 해대는 남주 민서형은 적응이 안됐지만 나중엔 저게 쟤 트레이드마큰가 싶었다는; 막판에 절절한 마음을 보여주지만 절절하게 사랑을 고백했다고 인간이 바뀌진 않음ㅋㅋ 여전히 상스럽고 욕망에 충실한 건 똑같다.19금 요소가 많지만 시종일관 야한 소설은 아니고 막장이지만 막장이라고 하기엔 또 무리가 있으며 여러가지 전개가 전형적인 로설은 또 아니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 하지만 흡입력 있게 쓰인 소설임에는 분명하다.시종일관 건조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작품 내내 떠돌기 때문에 우울하고 현실미 터지는 내용이 싫다거나 하는 분들은 피하시길. 기존 작품에 물려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 보고 싶을 때 시도하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