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 심리상담사가 건네는 중년의 일과 삶을 위한 처방전
변시영 지음 / 얼론북 / 2024년 4월
평점 :
지금 나에게 뭔가 꼭 맞는 책을 만났다.
연재될 때 읽으면서도 뭐랄까..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결 부드러워짐을 느꼈는데
책으로 읽으니 그 느낌이 더욱 좋았다.
마흔에 만나는 연고같은 책이었다.
기업에서 회사원들을 상대로 상담을 하는 멋진 분이 쓴 글이었다.
누군가와의 상담 이야기와 본인 이야기 등으로 몇몇 사례와 처방전을 제시하는데
읽다보면 참 다들 비슷하게 살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그리 아파하며 살아가는 구나... 하게 된다.
뭐 이쯤 살다보면 그리 나쁠 것도 그리 좋을 것도 없이 고만고만한게 인생이다 싶은데...
그걸 또 한 번, 더 "그래 너의 삶 역시도 그리 나쁠 것 없이 괜찮지 않냐!"라고 되새기고 다짐하고 위로받게 된다.
이 책 제목에 <마흔>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내가 올해 딱 마흔이다.
만 40살,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하라고 나라에서 연락이 왔고, 그렇게 각종 검사를 했다.
혈액검사에서 수치적으로는 다 정상이었지만, 대장에서 용종을 하나 제거했고, 갑상선이 그리 깨끗하지 않다는 초음파 결과를 받았다. 선방했다! 싶었다. 용종제거로 종합검진비 2배가 넘는 보험비를 받았기에 남는(?) 장사인가도 싶었다.
그런데 다른 <상실>이 있었다. 나는 15년간 몸 담았던 직장을 잃었다. 경영악화로 인한 권고사직!
허울 좋은 사유였다. 육아휴직을 해 있는 동안 회사는 겉잡을 수 없이 많이 나빠졌고, 복직을 했더니 직원 2/3가 이미 없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믿고 싶었다) 다시 와르르..
몇 남지 않은 인원에서 다시 절반을 권고사직 했고, 나는 그 중 하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한 달의 외출이었나, 싶고.. 긴 세월 내 청춘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과 공간이 없어져버린 것 같아서 참 헛헛했다.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다며, 또 애써 위로해본다.
아이의 어린이집을 엄마에게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내가 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부도라도 나서 15년간의 퇴직금을 날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음을 위로했으며
8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시 일어서리라 다짐해본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의 각종 <상실>의 설명이 더 크게 와닿았다.
시간을 잃고는 있지만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늘고 있고, 아이의 반에서 내가 제일 나이 많은 엄마이지만 건강하고 씩씩하니 그것도 됐고, 내 존재가 더 작아질 때까지..내 역할/ 기능적 상실이 있기까지 난 더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이렇게 내 나이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생각하고 살아가기로 한다.
<표정대로 인생이 흘러간답니다>
한 소제목인데, 이 말은 내가 자주하는 말이다.
마흔이 지나서의 얼굴은 책임져야 한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내 표정과 내 습관으로 이런 내 얼굴이 만들어졌기에... 난 다행스럽게도 인상이 괜찮다. 웃음이 많아서 웃음 주름이 자글자글 하지만, 이것은 자랑스럽다. 감정의 동요가 격해서 인상도 많이 쓰기에 이마 주름도 많다. 이것은 거울을 보며 항상 반성한다.
그런데 웃으면 복이 온다고, 진짜 내 인생엔 복이 가득이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계속 하시는 말씀이, 너의 삶은 그리 불행하지 않고 그리 나쁘지 않다!인데.. 내 삶이 딱 그렇다. 불행보다는 행복에 가깝고, 웃음이 가득했으며 지금도 가득하게 살고 있으니 이걸로 된거다. 작가님 덕에 또 한번 내 삶을 돌아보게 됐고, 나쁘지 않기에 위안받고, 그러면서 잘 산 것 같아 뿌듯하다 느꼈다.
이 책, 뭔가 셀프치료를 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모든 중년들이여! 막상 이쯤 되고 나니, 엄청 대단할 것도 없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지요? 부모에게 자녀들이 어릴적이나 머리 큰 지금이나 똑같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존재이듯, 우리 스스로 자신을 사랑스럽게 봐주면 어떨까요.
그래요. 우리 스스로를 좀 사랑스럽게 봐주고 예뻐하면서 삽시다.
솔직히 나도 그게 잘 안되는데, 그래도 좀 더 사랑스럽게..... 봐주자.
힘들어보이면 위로도 해주고, 좋아보이면 축하도 해주고, 고생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주고,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응원도 해주자.
이 책을 읽고 다시 재독을 했는데, 작가님은 계속 이야기 했다.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 조금 쉬어가며 조금 더 자신을 아껴가자고... 본인도 마흔 다섯을 넘기고 있는데, 우리 중년들 힘내자고...
이렇게 자신에게 빗대어 하는 말보다 더 와닿는 말은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은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