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휴버트 셀비 주니어 지음, 황소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1950년대 미국 브루클린의 하층민들의 삶을 그렸다는 이 소설.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어떠한 희망조차도 엿보이지 않는, 비극적인 결말들, 읽는 내내 숨을 죽이며 읽었다. 숨쉴 틈을 주지 않는 것에는 내용의 잔혹함에도 커다란 이유가 있겠지만, 작가의 서술 형태 또한 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문단이나 문장의 일반적인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고, 대화조차도 따옴표 없이 죽 늘어져 서술되어 있어 소설의 한문장 한문장에 더 몰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릭스라는 카페에서 밤새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젊은 청년들, 차를 훔치든지 삥을 뜯을 기회 같은 것을 엿보며 한없이 늘어져 있다. 그러다 건수가 생기면 달려가 이유없는 분노를 발산하며 집단 폭행을 하기도 하고, 게이들과 어울려 마리화나나 향정신성의약품에 취해 있기도 한다. 그저 하루하루의 쾌락을 위해 사는 젊은이들. 게이들과의 파티도, 다구리(?)를 당하며 맞는 젊은 군인의 모습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 당황스러웠다. 또한 트랄랄라라는 소녀가 타락해가는 모습도 차마 지켜보기 힘들었다. 돈 몇 달러 때문에 남자들에게 몸을 팔고 그렇게 몇년을 지내다가 마지막엔 윤간을 당하며 파괴되는 여자.


마지막 장에는 한 아파트의 여러 가정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아이가 울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방치해두며 술마실 건수나 여자 낚을 건수만 생각하는 남자들, 여자들 또한 하루하루의 삶에 지쳐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계획은 꿈도 꾸지 못한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견된 생후 열흘된 아기의 사체, 엘리베이터 안에는 누가 똥을 싸두고 도망가 냄새를 풍기고...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미국 브루클린의 지금 모습이 어떤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예전에 이런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눈앞에 보이듯 그려놓은 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과연 먼나라 미국이라고, 몇십년 전의 이야기라고 치부하며 눈감아 버릴 수 있을까? 읽어서 알고 나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과연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런게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층민의 삶만이 절망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중산층은 또 나름대로의 모순을 지니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나가도 보면 결론은 한가지. 사는 게 도대체 뭔가, 이렇게 짐승처럼 사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래도 삶이니 버텨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 뿐이다. 과연 오늘날 우리 사는 모습을 누군가가 또 이렇게 그려놓는다면 미래에 읽을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한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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