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의 저자 제임스 A 미치너라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끌렸다. 책표지가 나를 끌었고, 거기에 실린 작가의 사진이 굉장한 대가의 포스를 풍겨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왜 쓸까? 그리고 나는 작가도 아닌데 왜 자꾸만 무언가 쓰고 싶을까?? 그런 궁금증이 일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독자들이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면 고맙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독자들이 계속 성원을 보내줄지 어쩔지는 나와 상관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 9~10쪽


쓰고 싶고, 기록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독자들이 읽어주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영역인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수긍이 갔고, 작가가 아닌 나같은 일반인이 쓰고 싶다고 느끼는 욕망에도 그럴 수 있다고, 쓰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용기를 얻었고 또한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즈음의 나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머릿속은 쓸거리들로 가득찬 것 같다. 이제 행동에 옮겨 하나하나 종이로 생각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겠다.


이 작가는 정말 성실하고 꼼꼼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결코 자신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뽐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갖은 노력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왔는지,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등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고, 자신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솔직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말하는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헤밍웨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마가리 미첼, <딜라일라>라는 해양 소설을 썼다는 마커스 굿리치, 그리고 트루먼 커포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네명의 작가에 대해서도 결코 찬사로만 일관하지는 않는다. 잘된 점은 칭찬하고, 그가 생각하기에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도 단도직입적으로, 돌려서 말하지 않고 평가해 놓았다. 소설가와 같은 예술가라기 보다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망하기 4년 전에 쓴 책이고,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는 이 책을 읽으면 그의 젊은 시절부터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쓴 시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젊어서부터 늙어서까지 성실히 문학의 길을 걸어온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세상의 훌륭한 책은 평범한 사람 혹은 지루한 사람들에 의해서 쓰였다.

                                                     --- 265 쪽


평범하면서도 지루한, 고지식할 정도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대작을 만든 것이다. 더욱더 소설가들이 존경스러워지는 부분이다. 타고난 재능에 의지하는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기 때문이다.


내가 작가로서 그 한 고리를 이루고 있는 이 연면한 창작의 흐름 속에서 읽기는 쓰기를 낳고, 쓰기는 다시 읽기를 낳는다. 나는 발자크, 알베르 카뮈, 톨스토이,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 디킨스, 하디, 멜빌, 치버 등의 작가를 읽지 않고 문학을 해보겠다고 덤비는 문학청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된다. 도대체 아무런 밑천도 없이 어떻게 준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을 획득한다는 것인가?

                                               --- 128~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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