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보자기는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 일단 네모나다. 그리고 유들유들한 천이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쌀 때 많이 이용했던 그 보자기를 소재로 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데 요모조모 몰랐던 내용들을 명확하면서도 조리있게 짚어주어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양에서 들어온 가방과 달리 보자기는 그 어떠한 것이든 쌀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유연성이 있어 포용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딱딱한 가죽으로 되어있는 가방은 물체를 쌀 수 없다. '넣다'라는 동사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기반으로 하여 설명되는 동서양의 여러 이야기들에 어떻게 해서 우리가 현재 이 시점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쭉 돌이켜 볼 수 있었다.


한 예로 우리는 아기를 포대기로 싸서 등에 업어 기르고, 서양에서는 요람이라는 상자에 아기를 넣어서 기른다.

상자로 된 벽에 갇힌 아이는 홀로 자아를 확립해가며 외로움과 싸운다.

엄마의 등에서 바라본 세상과 낳자마자 홀로 요람에 누워 바라본 세상은 그 의미가 달라도 한참 다를 것이다.


근대 산업 사회에 이르기까지는 서양적 가치가 우세하고 동양의 그것은 미개한 것,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었지만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동양적 가치관에 대한 생각들이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점이 일관되게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보자기로 대표되는 싸는 문화를 비롯하여, 서양의 입식 생활과 대비되는 방석의 좌식 생활 방식, 적당주의 등등 동양적 특징 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그것들의 가치에 대해 되새겨보는 일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이 처음 씌여진 게 1988년이라는데 20년도 더 지난 지금 읽었을 때 거기서 말한 내용들이 지금 어느 정도 들어맞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지성의 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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