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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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대 노모의 낙상으로 대퇴골이 부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보부아르, 입원 과정에서 엄마의 소장에 악성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수술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의미없는 수술로 생명을 연장해 어머니께 고통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고민들에 빠지지만 결국 수술을 선택하고 어머니의 병상에서 함께 한 6주간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딸의 마음은 어떠할까? 언젠가 나도 겪어야 할 일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일어날 일이다. 보부아르는 결코 감상에 젖어 앓는 소리를 내지 않고 슬픔을 과장하여 표현하지 않는다. 담담히 건조한 문체로 자신의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엄마의 심정은 어떨 것인가 관찰하고 묘사해놓았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심경의 변화, 고통으로 몸부리치는 엄마를 지켜보는 딸의 심정, 이러한 생명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고찰하는 철학자로서의 면모, 차갑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 담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죽으면 울고불고 대성통곡을 해야만 그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보부아르처럼 성실하게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고, 대화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실존주의 철학자라는 명성에 걸맞는 거짓없는 모습이었다.


6주간의 힘겨운 시간들은 고통만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어떤 딸도 피해갈 수 없는 엄마와의 삐걱거림을 풀어낼 수 있는 대화의 여지를 만들어 준 시간이다. 이런 기회가 좀더 일찍 찾아와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어라도.


자연사는 없다고, 이 세상의 모든 죽음은 폭력이라고 말한 보부아르.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그 병상 곁을 지키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의 과정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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