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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사회
알렉스 벤틀리 외 지음, 전제아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발딯고 사는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여러방향에서 이루어진다. 각자의 위치에서 문학가들, 과학자들, 인류학자들 등등 세계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분야를 열심히 파헤치고 있을 것이다. 워낙에 전문적인 시대에 살고 있어 자기분야 이외의 지식엔 까막눈일 수 밖에 없으므로 내 분야 외에도 얕은 지식이나마 갖춰 세계를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에 책으로 눈을 돌린다. 이번에 읽은 이와 같은 책분야는 내가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책장을 덮고나니 어려운 책을 끝마쳤다는 자부심과 함께 인간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에 발이나마 담궈봤다는 만족감이 차오른다.
"모방"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줏대없이 남이 하는 모양새나 흘깃거리며 따라하는 모습은 주체성이 없이 흐늘거리며 불안하게 서있는 모습으로 비춰지니 말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확실하지 않으면 일단 따라하라"고 말한다. 그게 상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살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도 한 사람의 능력보다는 보통의 능력을 가진 여러사람이 모인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의 효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슴도치는 학자와 같은 개별 학습자에 가깝다. 고슴도치는 한 가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거기에 매달리고 목표를 향해서 거침없이 나아간다. 이에 비해 여우는 근본적으로 사회 학습자다. 여우는 여러 가지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지만 자기 지식의 한계를 알고 새로운 정보에 맞춰서 계속 바꾸어 나간다. 고슴도치의 전략이 더 듬직하기는 해도,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상에는 여우 전략이 더 잘 맞는다."
---------p.127
인류가 지금처럼 인구가 많아지고 번영하게 된 까닭도 "모방하는 능력" 덕분이었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혹독한 자연환경에 내던져진 상태에서 인간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면서 협조하고 장점을 가진 사람을 따라하고, 더 나아가 다른 부족의 생활상에서 유리한 것들을 모방하면서 현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훨씬 복잡한 사회다. 인구도 많고 정보의 양도 무지막지하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수단들도 많아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거의 무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와 같은 모방사회에 살아가면서 우리가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선택들의 압박속에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방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한 본인의 결정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쨌든 나혼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 아닌 것 만은 분명하다.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한 나역시 남을 모방하고 있고, 나의 행동이 남의 모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잘 모방할 것인지, 또는 비지니스 성공을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의 이러한 행태를 이용한다던지 여러가지 이유로 쓸모있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들어있는 책이다. 비문학적인 이런 딱딱한 류의 책들에게도 관심을 주고, 문학과 적절한 비율로 섞어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