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ㅣ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가란 무엇인가. 이 책을 보면서 들은 생각이다.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진작가는 살아생전 한번도 자신의 사진을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출품한 적도, 생계를 위해 팔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쉬지않고 수많은 사진을 찍었고 인화해서 자신만 보았고, 인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찍는 행위 그 자체가 예술가였던 사람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행위 자체가 불필요한 예술가. 그리고 사후에는 후세 사람들에게 작가 자신의 의도와는 아무런 관련없이 사진자체 만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극찬을 받고 있으니 여기서도 예술가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수많은 사람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의미에서의 예술가. 어쨌든 예술가라는 단어에 아주 합당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관심사가 아주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시선을 준 흑백사진들은 사진을 찍고 있는 작가를 의식하게 만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진을 찍은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self-portrait 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요즘으로 말하자면 셀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울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어떤 것이든 반사할 수 있는 것만 있으면 거기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것들이 기발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self-portrait들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각각의 화면들에 배치된 여러 사물에 그림자로 비친 자화상은 쓸쓸한 느낌을 자아냈다. 내가 바라보는 이 세계에서 나란 존재는 그림자처럼 어두운 것일까, 어두운 곳에 숨어서 무언가를 관찰하는 느낌, 나와 세계와의 간극.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