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 신경림 - 다니카와 슌타로 대시집(對詩集)
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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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에 같은 하늘의 별을 보면서 꿈을 꾸고, 뜨는 해 지는 해를 함께 보면서 살아간다는 일이 얼나마 소중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148쪽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란 복잡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저와 같이 같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동시대인들로 생각한다면 왠지모르게 가깝고 친밀하고 정이 드는 느낌이다.


신경림 시인은 교과서로도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으로 많이 접해봤기에 친근한 우리 나라쪽이고

저 쪽편에 다니카와 슌타로라는 일본의 국민시인이 있다.


두 시인이 이메일을 통해 시를 교대로 짓고, 일본에서 한국에서 만나 담화한 내용들, 그리고 각자의 대표시, 산문들로 책을 이루어져 있다.


자기 소개

                               --- 다니카와 슌타로


저는 키 작은 대머리 노인입니다

벌써 반세기 이상

명사 동사 조사 형용사 물음표 등

말들에 시달리면서 살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는 목수연장 같은 게 싫지 않습니다

또 작은 것도 포함해서 나무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것들의 명칭을 외우는 일은 서투릅니다

저는 지나간 날짜에 별로 관심이 없으며

권위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팔뜨기고 난시고 노안입니다

집에는 불단도 신위도 없지만

방안에 직결되는 커다란 우편함이 있습니다

저에게 수면은 일종의 쾌락입니다

꿈을 꾸어도 눈만 뜨면 잊어버립니다


여기서 쓴 것은 다 사실인데

이런 식으로 말로 표현하면 왠지 수상하네요

따로 사는 자식 두 명 손자 손녀 네 명

개나 고양이는 없습니다

여름은 거의 티셔츠 차림으로 지냅니다

제가 쓰는 말은 값이 매겨질 때가 있습니다


신경림 시인이 친근한 반면 다니카와 슌타로라는 시인은 생소한 데 여러 소개된 시 중 이 시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을 시로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멋진 일이란 생각이 이 시를 읽으며 들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도 마음이 급하고 여유가 없어 시를 잘 읽지 못하는 편이다. 천천히 음미하고 있지를 못하니 시의 매력을 느낄 수가 없다. 이 시를 읽고는 시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자기소개를 시로 할 수 있는 때가 오려나???



두 시인의 연배가 비슷하기에 다른 듯하면서도 같은 상황을 겪었고 그것들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서술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일제치하, 일본은 종전의 시기를  어린 나이에 겪은 둘의 경험은 비슷할 수 밖에 없고, 시인이라는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들이 적어내려간 그 시대의 기억들은 인간이기에 대동소이할 수 밖에 없구나, 일본인들도 우리처럼 많이 아팠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시에 대해서, 시인에 대해서,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에 대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들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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