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사는 킬러 네오픽션 ON시리즈 7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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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속한줄] 계단을 타고 복도를 건너 김석봉이 틀어놓은 트로트 메들리가 들려왔다. '미련 미련 미련 때애문일 꺼야' 가슴께가 뭉근하게 아파왔다. 부러진 칼끝이 가슴 어딘가를 건드리는 모양이었다. 모든게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일 거였다. 

-64p.


킬러는 다른 이름의 의사라는 카피가 너무 정겹고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래 모두가 사람사는 이야기지! 고독하고 어딘가 서늘한 킬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푸근한 킬러의 이야기가 참 웃픈 책이었다. 


사실 '살인자의 쇼핑목록'으로 먼저 접했던 강지영 작가의 소설이라서 선뜻 손을 댔는데 역시나 이 차가운 세상에서 따수운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라니. 사랑스럽잖아. 어떤 이야기가 풀어질까 궁금해 목차를 봤는데, 너무 많은 이름이 나와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한 사람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서 하나의 소설이 된다. 그래, 이것도 마치 우리네 인생같았다. 곧 죽을듯이 위태한 삶이다가도 어떻게든 흘러가고, 풀려나가는 듯 하다가도 작은 칼날 하나가 등에 박혀버리는 그런 것들 말이야. 


각 등장인물들의 위치에서 서사가 진행되는 것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소였다. 아니 근데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구요. 그래서 더 좋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50대 아줌마, 40대의 아저씨, 철없는 20대의 혈기왕성한 사내들, 꿈많고 수줍은 10대 소녀, 그리고 그들이 함께 모여사는 소도시의 일상. 


 심여사의 고운 손에 칼이 들리기까지 어떤 삶의 굴곡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기꺼이 그 여정에 동참하길 바란다. 하지만 심여사가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그 칼을 쥐면 좋겠다. 그 칼의 무게가 더이상 지금처럼 무겁기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사장과 심여사의 새로운 시작이 빛바랜 사진 속의 두 사람의 이야기로 회상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스마일 흥신소를 찾은 모든 이들이 웃는 나날이길 바라며. ​


#심여사는킬러 #강지영 #네오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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