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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ㅣ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평점 :
[책속한줄]
"하지만 그러지 못하시지 않습니까. 보이지도 않고 있다고 믿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죽인단 말입니까."
사실이었다. 죽이는 것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어찌 죽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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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특히나 금기의 공간인 궁에서는 그 맛이 배가 된다. 한참 궁금한 것이 많은 나이에 궁에서 평생의 눈과 입과 귀를 막을 것을 맹세한 궁녀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맛깔스럽게 괴기스럽다.
특히나 서묘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는데, 먹히는 자와 먹는 쥐의 이야기는 묘하게 소름이 돋았다. 광기에 몰린 존재는 스스로의 존재조차 잊고 본능적인 욕구만이 남게 된다니.
기담은 보통 금기에서 시작됐다. 특히나 왕의 위엄을 담는 공간인 궁궐에서 입을 타고 흐르는 소문은 그 무엇보다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고, 호기심 많은 어린 생각시들을 다루는 가장 큰 방법은 고통의 맛일 것이다. 우물의 전설이나 서묘이야기가 특히 그랬고, 우리의 전통적인 괴물인 도깨비나 괴물의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였다.
궁 속의 삶, 그들 사이의 암투와 괴로움이 어쩌면 그런 기담에라도 기대야만 살 수 있던 외로움을 달래지 않았을까. 우리의 삶 속에서 이런 괴담이 더 오랫동안 전래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