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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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 그런데 하나만 더 얘기해드릴까요. 그럴 때 조심해야 됩니다.

- 뭘요?

- 사람은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돌보다 더 단단하고 완고한 게 사람이죠. 바뀌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왜, 그게 편하니까. 그 단계에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은 정말 드물죠. 그 시간까지 온전히 겪고 나서야 비로소 원래의 자기 자신에서 한발자국쯤 나아간 사람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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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장 큰 딜레마는 그것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삶은 방향도 목적도 없이 흐른다. 인과와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종종 헛된 이유는 그래서이다. 찾았다고 생각한 해답은 단기간의 해답이 될지언정 지속되는 삶 전체를 꿰뚫기 어렵다. 삶을 관통하는 단 한가지 진리는, 그것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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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하지 못하는 나에겐 물 위를 유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튜브를 타는 일이다. 적어도 물에 뜨게 해주는 존재. 바다 위를 유영하는 이들에겐 튜브가 마지막 지푸라기 한 조각일 수도 있겠지. 삶이란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는 것이, 그래서 튜브 위에 올라탄 한 남자의 고군분투가 가련하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김성곤의 삶은 끊임없이 가라앉으려는 그를 다양한 형태의 튜브들이 한번씩 그를 다시 끄집어낸다는 거다. 


삶과 죽음은 얇은 종이의 맞닿은 양면같다. 살아온 삶 중에 가장 찬란하고 빛났던 시절은 어땟을까. 김성곤은 그 아름다움을 가정이 완성되었던 시점의 행복으로 그린다. 그리고 그 시절의 자신과 닮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 


삶을 바꾸는 가장 큰 파도는 사실 잔잔한 물결이 모여서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지푸라기 프로젝트는 본궤도에 올라선다. 지푸라기 프로젝트는 마치 1만시간의 법칙이 생각나는 프로젝트였다. 나는 어떤 물결로 커다란 파도를 만들까. 하루 세걸음의 기적은 아니더라도, 나도 바른 자세를 위해 오늘부터 노력해야지. 다시 본연의 나로 돌아가더라도 언제든 나는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도 얻는다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시간이었을테니까.


한편 너무나 손쉽게 순진한 이들은 커다란 존재들에게 잡아먹혀버린다. 망망대해 내가 파도 위를 탓다는 사실이 기쁜 나머지 알 수 없는 바다의 심연은 보지 못한다. 그리고, 심연 속 악한 이들은 순진한 서퍼를 물어 던져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튜브를 탄 이들은 그 위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생존한다. 비록 모든 것을 잃고 찢길지라도. ​


인생이 언제나 달콤하고 쉽게만 쓰여지는 것은 재미가 없다지만, 마지막까지 김성곤의 삶은 쓰디쓰다. 오르고 내려와 결국 다시 제로베이스로 향하는 그런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곤의 삶은 그렇게 유영하게 될 것이리라. 그의 새로운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나는 응원할 것이다. 작은 튜브 위에 또 다른 존재인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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