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옷장 #박은경 #김승연 #웅진주니어나는 고래 뱃속에 있어여기는 울기 좋은 곳이야내가 울면 따라서고래도 깊은 소리로 울어 줘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너무 슬퍼서 울음이 멎어너도 오고 싶다면옷장 문을 열고 들어오면 돼혹시 장화가 있으면 신고 와오는 길에 웅덩이가 많거든네가 바다처럼 눈물을 쏟아도고래가 등으로 다 뿜어 줄 거야 바다처럼 눈물을 쏟아도고래가 등으로 다 뿜어 줄 거야.- 울고 싶은 친구에게누구나 울고싶어지는 날이 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울적하고 싶은 날. 모든 공간에서 나를 숨겨줄 내 눈물을 담아줄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하는 밤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 같은 곳. 내 눈물이 고여 커다란 바다가 되어도 모른척 더 큰 바다로 흘려보내줄 그런 공간. 그런 존재가. 누군가는 그런 공간을 공룡의 공간이라고도 부르고 누군가는 마음의 동굴이라고도 부르고 누군가는 고래옷장을 열기도 한다.이 아름다운 동화는 박은경 작가의 '울고 싶은 친구에게'라는 시에서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우는 것에 관대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아왔다.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도 안주고, 울다 웃으면 은밀한 곳에 털이 날 정도로. 울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난 어른은 그렇게 슬픔을 간직한 어린 아이를 마음 속에 품고 사는 것은 아닐까. 오롯이 슬픔을 배우지 못한다면 진정한 기쁨도 없을텐데. 이 짧은 동화책에서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위로받는다. 그래, 슬픔이 눈물이 당연한 것인데. 왜 우리는 숨기기에 급급했을까.편지 한 장을 쓰던 소녀가 자신의 마음 속 옷장을 흔쾌히 열고 들어와도 된다고 말해주는 따뜻함이 참 좋다. 내가 흘리는 눈물이 부끄럽지 않도록 함께 울어주는 고래의 목소리, 곳곳에 흘린 눈물들로 만들어진 웅덩이도 치우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웅덩이에 젖어도 괜찮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드니까. 슬픔의 더깨가 쌓여 바다처럼 눈물이 차올라도 힘찬 고래가 한번에 뿜어줄테니까.감정에 솔직해진다는 것은 어딘가 두려움이 생긴다. 얕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잠식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같은 것들. 하지만 언제든 찾아가 문을 열고 울어도 되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는 언제든 나와 함께 울어줄 커다란 고래가 있다는 것. 마음의 무게가 무겁고 슬퍼도 그 고래가 있기에 오늘도 나는 털어낼 기운이 생긴다. 언제든 그 옷장을 열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