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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책속한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는 것에 대해 너를 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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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서평]
누구나 하나쯤 마음 속 커다란 괴물 하나를 품고 산다. 이 괴물은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어하면서도 나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는 가장 모순적인 내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가 아닐까. 왜 인간은 모순 속에서 진리와 정의를 찾아 헤매야 할까. 가끔 고민한다. 무엇이 진리이고 정의인가를. 하지만 그 긴 고민의 해답은 늘 어렵고 멀다. 그리고 이건, 13살의 어린 소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외톨이가 되어버린 한 소년에게 매일 밤 12시 7분, 어김없이 다가오는 커다란 괴물은 그렇게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라날까, 작아질까.
13살 소년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창문 앞에 서있는 나무를 괴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만큼. 조금이라도 더 어른이었다면, 아니면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이 시간이 덜 고통스러웠을까. 더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이 이별에 의연할 자신이 없다. 유일한 삶의 안식처였을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하는 하지만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지는 것을. 영원한 이별 앞에서, 코너는 끊임없이 삶에 대한 모순을 배운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마음 속엔, 엄마에 대한 마음이 있다. 왜 사람은 모순 속에 살아야하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할 어린 아이에게 갑작스런 이별은 고통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된다. 이조차 삶의 모순 아닐까. 가장 큰 상실이 성장의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
부모님의 이혼, 나의 가장 큰 안식처인 엄마의 투병, 그로인해 함께 살게 되어버린 무서운 외할머니, 다른 안식처이길 바랐던 아빠의 재혼,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던 친구의 차별과 학교에서 겪는 따돌림까지. 코너의 삶에서 난 왜 나만의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에게 올랐던 제제가 떠올랐을까. 그리고 코너에겐 왜 밍기뉴가 없었을까. 제제는 피하고 싶은 현실에서 내 모든 것을 기댈 수 있는 밍기뉴를 만들었고, 코너는 스스로를 채찍질 할 무서운 괴물을 만들었다. 이 13살의 어린 소년은, 그 무엇이 그리도 힘들어 스스로를 혼낼 괴물을 만들어냈을까. 어쩌면 마음 한켠에 오롯이 온전히 위로받고 싶은 마음과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어리광,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함께 뭉쳐진 존재였겠지. 그랬기에 코너가 하나의 장벽같았던 할머니와 직접 직면하고 그 틀을 깨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고 응원하게 됐다.
괴물은 세가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 수많은 모순들을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코너의 선택이 틀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고통 속에 살아간다면, 그 고통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테니까. 그래서 코너가 더이상 12시 7분이 되어도 괴물을 보지 않기를 바라고 바란다.